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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승리였지만, 달콤한 결과를 얻었다.
멜버른은 ACL 무대에 처음 진출한 대구에게 대회 첫 승을 선물했던 상대. 호주에서 열린 리그 1차전 경기에서 대구는 상대 토이보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었지만 세징야의 원맨쇼에 힘입어 3대1로 승리했었다.
상대가 주전 멤버를 총출동시킨 그 때도 승리했는데, 이번 멜버른은 완전히 다른 팀이 왔다. 멜버른은 이 경기 전 1무3패로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고, 이 경기를 치르고 나흘 후 자국 A리그 시드니FC와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었다. 때문에 멜버른은 교체 멤버도 채우지 못하는 딱 15명의 선수를 대구에 데려왔다. 직전 자국 리그 경기 기준, 선발로 출전했던 선수는 3명 뿐이었다. 대부분 2군 선수들이었다.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진 일본 국가대표 출신 혼다와 1차전 선제골 주인공 토이보넨 등이 모두 제외됐다.
답답한 측면도 있었다. 대구는 일방적 공격을 펼쳤지만, 추가골을 뽑지 못했다. 전반 마지막에는 상대 역습에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조현우의 선방이 돋보였다.
그런 가운데 대구는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8분 수비수 정태욱이 공격에 가담해 강윤구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상대 골키퍼가 처낸 공이 공교롭게도 정태욱 앞으로 흘렀고 정태욱이 그대로 발로 차 넣어 두 번째 득점이 만들어졌다.
이후 계속되는 대구의 공세 속에 멜버른은 이렇다 할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후반 35분 계속해서 골을 노리던 김대원이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기가 막힌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전의를 상실한 멜버른은 완전히 무너졌고, 후반 38분 정선호가 교체 투입 되자마자 승리 축포를 날렸다. 그렇게 양팀 경기는 4대0으로 마무리 됐다.
그 사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같은 시간 경기를 펼친 같은 조 산프레체 히로시마-광저우 헝다전에서 히로시마가 1대0으로 승리한 것. 대구는 히로시마에 2연패를 당하며 주춤했는데, 이번에는 히로시마가 대구를 도왔다. 히로시마가 승점 12점으로 멀찌감치 달아난 가운데, 광저우는 승점 7점에 머물렀다. 승점 6점이던 대구는 멜버른전 승리로 9점이 됐다. 대구는 마지막 광저우 원정 경기를 남기고 있다. 히로시마가 멜버른에게 패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광저우전이 부담스러운 원정 경기지만 무승부만 기록해도 16강 진출 확정이 된다. 광저우가 히로시마를 잡았다면, 세 팀의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꼬일 뻔 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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