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고의 창과 방패 부산-광주 막판까지 대충돌만 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5-12 18:53





역시 최고의 창과 방패 대결이었다.

부산과 광주가 1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19년 하나원큐 K리그2 11라운드서 격돌했으나 1대1로 비겼다.

올시즌 처음으로 선두 자리의 주인공이 바뀌는 경기이자 최고의 창과 방패를 보유한 두팀의 대결이어서 더욱 관심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부산은 총 26골로 K리그 통틀어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반대로 광주는 총 5실점으로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했다.

지난 3월 첫 맞대결에 이어 또 비긴 두팀은 진검승부를 다음으로 미뤘다. 부산은 6승3무2패(승점 21)로 광주(6승5무·승점 23)에 이어 2점차 2위를 유지했다. 광주는 개막부터 무패 행진을 11경기로 늘렸다.

올시즌 처음으로 선두 자리의 주인공이 바뀌는 듯 했다가 종료 직전에 광주가 기사회생한 혈투였다.

▶선두를 향한 치열한 기싸움

경기 시작 전 양팀 감독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제법 팽팽했다. 선두 방어에 나선 박진섭 광주 감독은 먼저 개막부터 10경기 연속 무패의 자신감을 강조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동계훈련 때 열심히 준비했기에 기대는 했지만 10경기 연속 무패일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승격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이 있고 자체 소통을 통해 조직력을 구축한 덕분이다." 올시즌 K리그 전체 최소실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부러 수비축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포백뿐만 아니라 선수들 전체가 조직적으로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특히 골키퍼가 뒤에서 잘 받쳐준다"며 비결을 소개했다. 이날 상대는 리그 최다득점의 '화력축구'의 상징이란 점도 박 감독은 예의주시했다. "중원 허리싸움에서 우리가 앞선다고 생각한다. 상대 투톱으로 기회가 가지 않도록 미리 차단할 것"이라면서 "원정이니 비겨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우리가 원정인 만큼 일단 안정적으로 가다가 승리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만나 조덕제 부산 감독은 "우리 투톱 노보트니-이정협은 활동폭도 넓고 정말 열심히 뛴다. 광주가 허리싸움에서 유리다고 한들 이들을 막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지키는 축구를 하지 않는다. 부산의 공격축구를 그대로 갖고 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K리그2 득점랭킹 1위인 광주 펠리페에 대해서도 "따로 펠리페를 의식하는 것은 없다. 우리는 정상적인 수비로 대응한다. 펠리페가 골대쪽으로 너무 접근하지 못하도록 앞선에서부터 압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 감독은 "광주의 세트피스때 펠리페의 전담 마크맨으로 투지가 좋은 이정협을 붙일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사전 예고를 하기도 했다.


▶진정한 모순대결…집단 충돌 위기까지

진정한 창과 방패의 대결 맞았다. 부산은 골을 넣기 위해 라인을 바짝 끌어올린 채 부지런히 광주를 공략했고, 광주는 웬만해서 부산의 문전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시작된 부산의 공세는 전반 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최준혁을 앞세운 광주의 수비는 부산의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탄탄했다. 창과 방패의 위력이 너무 팽팽해서일까. 과열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걸핏하면 흐름이 끊겼다. 볼 경합 중 부딪혔다하면 얼굴,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게 다반사였다. 급기야 전반 추가시간이 선언된 45분 부산 김문환과 광주 이희균이 서로 몸을 밀치며 충돌했다. 순식간에 양팀 선수들이 모두 모여들어 드잡이를 하며 집단충돌 직전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전반에만 경고가 5장(부산 4개, 광주 1개)이나 나왔다. 그만큼 선두 쟁탈전은 치열했다.

▶끊임없던 부산의 창끝 방패를 부수다

전반 무실점에 성공한 광주가 후반 들어 점차 공격 횟수를 늘려갔다. 하지만 부산은 기다렸다는 듯 강도를 높였다. "상대가 같이 라인을 올릴 때가 우리는 플레이하기에 더 편하다"고 했던 조 감독이 기다렸던 타이밍 같았다. 후반 16분 노보트니 대신 권용현을 투입한 용병술부터 빛났다. 발빠른 권용현 투입 이후 부산의 측면은 한층 빨라졌다. 19분 권용현이 상대 뒷공간을 흔들며 크로스한 것이 도화선이었다. 이 때부터 부산은 3분 동안 3회 연속 코너킥을 유도하며 광주를 압박했다. 결국 22분 마지막 세 번째 코너킥에 이은 찬스를 부산은 살려냈다. 신-구 조화가 어우러진 천금골이었다. 베테랑 박종우가 아크 앞에 있던 이정협에게 침투패스를 했고 슈팅 기회가 여의치 않았던 이정협은 호물로에게 잠깐 빼줬다. 호물로는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진작부터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이동준에게 절묘하게 찔러줬다. 간판 '젊은피' 이동준은 특유의 배짱을 담은 오른발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구덕벌'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하지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는 끝나는 게 아니었다. 광주는 35분 김주공의 슈팅이 골기둥을 맞고 나오며 땅을 쳤다. 광주에게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다. 후반 45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펠리페가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것이 동점골로 이어졌다. 광주는 죽다 살아난, 부산은 다잡은 고기를 놓친 순간이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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