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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10년간 한국축구를 이끌었던 '1989년생 캡틴' 구자철과 기성용이 2019년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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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선을 하면 이런 스케줄이 한달에 한번씩 있다. 시차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독일에서, 한국에서 뛴다. 서너 시간 자고 경기를 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못나가면, 한국축구가 입게 될 타격을 나나 성용이같은 베테랑선수들은 더 잘 알고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뛴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경기에 져도 사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부상이 있든, 비난을 받든, 돌아가면 또 경기가 있고 또 주전경쟁을 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비우고 오면 또 새로운 경쟁이 생긴다. 그 시기에 그걸 못 이겨내면 주전에서 밀린다. 한번 밀리면 다시 들어가기는 정말 어렵다. 유럽에는 어느 팀이든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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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스케줄과 이동거리, 대표팀에서도 소속팀에서도 매경기 경쟁과 분투를 10년째 이어가다보니 몸 여기저기가 고장나기 시작했다. 구자철은 "어느 순간부터 부상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어릴 때부터 운동량도 많다보니 어느 순간 몸이 못따라간다고 느꼈다. 고민이 됐다"고 했다. "이건 사실 슬픈 얘기다. 선수에게는. 국가대표를 은퇴한다고 마음 먹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월드컵 전에도 이야기했고 끝나고도 이야기했고 아시아컵 전에도 이야기했고 끝나고도 이야기했다. 정말 오래 고민했다"고 은퇴 과정과 결정이 쉽지않았음을 재차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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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가대표 선수로서 충분히 다 할 수 있다. 너무 좋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비행기에서 무릎에 물이 차고, 병원에 가서 물을 빼고,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독일에서 검사받고 주사 맞고 경기 뛰고 이런 날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결국 그런 시기가 오더라. 이런 부분들을 팬들이 알아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우리 후배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분명 책임감이 강하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며 대표팀을 향한 굳건한 믿음과 응원을 전했다.
10분의 긴 답변을 듣고서야 비로소 구자철의 심정이 이해됐지만 외로운 분투끝에 스스로 슬픈 결정을 선택하게 하는 시스템, 서른의 에이스를 조기에 보내야 하는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 황희찬 등 후배들도 똑같이 걸어갈 길이다. 해외파의 '번아웃', 조기은퇴를 막을 방법, 뛰어난 국대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오래오래 볼 수 있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과 지원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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