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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건강한 모습으로 꼭 돌아오겠다."
숨가빴던 이틀이었다. 인천은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7연패. 최하위였다. 9경기 동안 1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줄부상에 이어 내부 갈등까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임 감독이 사퇴의 배수진까지 치고 나갔던 서울전마저 패했다. 인천은 임 감독의 사퇴 의사를 빠르게 수습한 후, 후임 감독 물색에 나섰다.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지금 위기의 인천을 구해줄 수 있는 감독은 딱 한명, 유 감독 뿐이었다.
알려진대로 유 감독은 췌장암 투병 중이다. 눈에 띌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유 감독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몸상태를 세상에 알렸다. 췌장암 4기. 현역시절부터 정열적이고 헌신적이었던 유 감독이었던만큼, 팬들은 물론 축구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유 감독은 투병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벤치에 앉았다. 인천을 극적으로 잔류시킨 유 감독은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지난 1월 인천 지휘봉을 내려놨다. 혹시 모를 투병 생활로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는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암이 줄어들었다. 담당 의사가 "일상 생활은 물론 대외 활동도 가능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제 먹는 약으로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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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감독은 인천의 위기가 계속되자 인천 고위층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때부터 조금씩 복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누구보다 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잘 알고, 무엇보다 패배주의에 빠진 선수단의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이는 유 감독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감독을 직접 추천했던 유 감독도 말을 아꼈고, 유 감독의 몸상태를 잘 아는 인천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가 최악을 향해 치닫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임 감독 사퇴 후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유 감독과 인천 고위층이 만났고, 이후 전격적으로 복귀가 성사됐다. 물론 전제는 유 감독의 몸상태였다. 인천 고위층은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세밀한 검토에 나섰다. 주치의 면담 결과, OK 사인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유 감독의 의지가 컸다. 자신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인천과 팬들에게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유 감독 입장에서 인천의 위기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집에서 요양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팀을 잔류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아내와 가족들도 이미 축구 생각에 저만치 가 있는 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인천은 어렵게 결심을 내린 유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당장 이번 여름이적시장부터 대대적인 영입에 나선다. 외국인 선수는 물론 국내 선수들도 여러명 물망에 올려놓고,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고, 유 감독이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장치도 고려 중이다. 주중 FA컵은 대행 체제로 진행되고, 4일 울산전부터 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돌아온 유 감독이 다시 한번 인천을 잔류시킬 수 있을지, 유 감독도, 인천도 또 한번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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