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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볼을 갖다주신 선수는 처음이었어요. 신기했어요."
이날 '캡틴' 이청용은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리그 선두의 자존심을 건 전북전, 베테랑 이청용과 윤빛가람이 지배하는 중원은 눈부셨다. 특유의 키핑 능력으로 모든 볼을 지켜내고 바지런한 활동량으로 모든 볼을 살려냈다. 90분 풀타임 내내 지칠 줄 몰랐다.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울산-전북전의 '맨 오브 더 매치(MoM)' 역시 이청용이었다. 빅매치에서 더욱 빛난 베테랑의 품격, 전북전 직후 '볼보이 리플레이' 영상이 회자되며 '캡틴'을 향한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이청용에게 직접 볼을 건네받은 '울산유스 볼보이'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고양 JSJ FC-백마중 출신의 김규래는 울산 현대고 1학년 미드필더다. "울산 홈경기에 5~6번 볼보이를 해봤지만 손으로 볼을 갖다주신 선수는 처음이었어요. 그냥 대충 차주시는데…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하는 선수가 다가오셔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죠"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16세 울산유스는 우상을 만난 순간을 또렷하게 복기했다. "제가 김태환 선수에게 볼을 드렸는데 반대쪽 볼보이하던 친구가 찬 볼이 경기장에 또 들어갔어요. 다른 선수가 차낸 볼이 다시 튕겨들어가고 인플레이가 됐는데 이청용 선수가 심판께 '잠깐만!'하시더니 볼을 손으로 들고 제쪽으로 달려오셨어요. 웃으면서 볼을 건네주셨는데 그 순간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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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캡틴 이청용은 울산 유니폼을 입을 날을 꿈꾸는 이규래같은 어린 선수들에게 존재만으로도 강력한 동기부여다. 이규래는 "저도 이청용 선수처럼 좋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인성이 좋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청용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반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 후배들에게 늘 좋은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 촌철살인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올해는 무조건 우리 울산이 우승할 거예요!"
14일 가와사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하루 앞두고 팀 훈련 전, 울산 클럽하우스 이웃 '블루드래곤'과 '볼보이'가 반갑게 재회했다. 이청용이 '볼보이 후배'의 어깨를 살갑게 두드렸다. 울산 승리의 상징, '어흥' 호랑이 발톱 포즈 '인생샷'은 덤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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