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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반쪽 스쿼드로 처절하게 싸운 서울…관중석에선 격려의 박수가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3-20 09:49 | 최종수정 2022-03-21 06:0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그야말로 처절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여파로 반쪽자리가 된 FC서울 선수들은 완전체로 나선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치열하게 맞부딪혔고, 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서울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6라운드를 앞두고 선수 11명, 스태프 9명 등 총 20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 되면서 시즌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코로나 의심 증상자도 있어 출전명단 18명도 채우지 못한 17명 명단을 제출했고, 그중 11명은 이번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들, 9명은 22세이하 어린 선수들이었다. 기성용 오스마르, 이한범 윤종규 이태석 김진야 이상민 등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수비진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였다. 공격수 김신진과 권성윤이 포백 일원으로 나서야 했다. 반면 코로나19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제주는 주민규 이창민 제르소, 조나탄 링, 김오규 정 운 최영준 김동준 등 주전급이 총출동했다. 선발 명단에서 주는 무게감의 차이는 상당했다.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서울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제주의 공간패스와 조나탄 링과 제르소의 빠른 침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0분과 26분, '주민규 도움-조나탄 링 득점' 패턴으로 잇달아 골을 내줬다. 안익수 감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이날 기술지역에서 경기를 지휘한 김진규 코치는 "이런 문제를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연속 실점으로 경기는 일찌감치 기울었다. '0대5 스코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가 상암에 감돌았다. 서울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짧은 훈련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 함께 실전에서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어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익수볼'을 흉내만 낼 뿐이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럼에도 서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출전 기회가 간절했던 젊은 선수들이 투지를 불살랐다. 한 발 더 뛰며 제주의 정상급 선수들을 압박했다. 골키퍼 백종범은 후반 과감한 전진수비를 펼치다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머리를 다쳐 교체되기도 했다. 제주가 무리하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두 번째 실점 후 '강제 데뷔'한 히카르도와 '센터백' 김신진이 70분 가까이를 추가실점없이 버텼다. 후반 교체돼 들어간 백상훈 이승재 박호민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탄탄하던 제주 수비도 경기 막판이 되자 빈틈을 드러냈다. 결국, 후반 43분 만회골이 터졌다. 이승재가 감각적인 드리블로 수비수 세 명을 벗겨낸 뒤 박호민에게 컷백을 연결해 골을 이끌어냈다. 이후 맹공을 퍼부었고, 추가시간 김신진이 회심의 왼발슛을 날렸지만, 골대 위로 살짝 뜨면서 경기는 1대2 패배로 끝났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선수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홈팬들은 너도나도 그런 선수들에게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초반 실점했을 때에도 야유가 아닌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을 향한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으리라. 현장에서 직관한 서울팬 유지훈씨(29)는 "데뷔골을 넣은 박호민이 기쁜 마음을 감추고 공을 주워 바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며 "수호신(FC서울 서포터) 문구가 '그대들이 가는 길 우리가 지켜주리라'다. 그 문구 그대로였던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도 분투하는 선수들을 우리가 지켜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고요한(34)은 "엔트리 17명으로 경기를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틀간 경기를 준비하면서 (경기가)연기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규정대로 경기를 하게 됐고, 그런 점은 아쉬웠다"라며 "어린 선수들에게 경기 결과는 신경쓰지 말고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는데,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끝까지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팬들의 응원 덕에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진된)선수들이 다 돌아와 회복을 잘 하면 다음 경기는 더 좋은 경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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