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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수원."
박건하 수원 감독은 후반 김건희, 한석희, 정승원, 류승우를 잇달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진규가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린 전북에 패했다. 4연속 무승부 끝 첫 패배, 6경기 연속 무승(4무2패)을 기록하게 됐다.
경기 종료 휘슬 후 수원 서포터들은 "정신 차려! 수원" 콜로 선수단의 각성을 촉구했다. '수원 레전드' 박건하 감독 역시 기자회견에서 "홈팬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마음을 전했다.
김건희, 오현규, 유제호, 김태환 등 영민한 영건들의 번뜩임은 여전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신구 조화' 원팀의 조직력은 분명 퇴색됐다. 김천 상무에 입대한 '에이스' 권창훈, 고승범, 중국 슈퍼리그 청두 룽청으로 이적한 김민우 등 베테랑 2선 자원들의 공백이 쉽사리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날 그라운드를 밟은 정승원, 류승우 등 능력 있는 미드필더들이 빨리 자리를 잡는 것이 급선무다.
3월 내내 코로나, 부상 악재도 끊이지 않았다. 민상기, 고명석, 구대영, 장호익이 줄줄이 코로나에 걸렸고,'수원 살림꾼' 최성근, 한석종은 장기부상 중이다. 대표팀 소집까지 겹쳐 미니게임 훈련인원도 채워지지 않았다. '최고 컨디션'의 선수가 아니라 '아프지 않은 선수'로 라인업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 매경기 이어졌다. 100%의 준비 없이, 100%의 경기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마음이 급해지는 상황, 결국 곱지 않은 시선은 '해결사' 외국인 공격수를 향할 수밖에 없다. 1월 영입한 '덴마크 공격수' 그로닝이 터질 날을 고대하고 있다. 덴마크 2부리그 득점왕으로 한 시즌에 23골을 넣고, 팀의 1부 승격까지 이끌었던 골잡이가 8경기에서 아직 골맛을 보지 못했다. 가장 속이 타는 건 선수 본인일 터. 급기야 그로닝 아버지가 덴마크에서 지난주 입국했다. 5일 전북전, 아들의 경기를 첫 직관했다.
최원창 수원 삼성 홍보팀장은 "1997년생이면 우리팀 유스 선수들 나이다. 해외리그도 처음이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버지 등 가족의 응원이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리치, 불투이스 등 K리그에 폭풍적응한 선배들 역시 그로닝의 적응을 돕고 있다. 특히 '돌아온 수원맨' 사리치가 그로닝을 '아들'처럼 극진히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8경기에서 1승4무3패, 리그 10위. 하지만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10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 후 27일 김천 상무전까지 17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휴식기가 수원에겐 팀 전열을 재정비할,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런저런 논란을 떨쳐내는 건 결국 실력뿐이다.
박 감독은 위기에 정면 승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 선수들과 같이 대화하면서 이 힘든 상황을 함께 이겨나가겠다. 포메이션 변화도 고민해보겠다. 서울전은 꼭 승리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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