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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싸우고도 승점1점" 콜린벨호,냉철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7-24 17:03 | 최종수정 2022-07-25 20:17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A대표팀이 23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에서 중국과 1대1로 비겼다.

전반 34분 최유리의 환상적인 중거리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31분 상대 세트피스에서 '2000년생' 왕린린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일본전 1대2 패배에 이어 2경기에서 1무1패(승점 1)로 일본, 중국에 이어 3위로 밀리며 17년만의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3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는 아시아 여자축구 강국에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위로는 필요없다.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1차전 일본전은 벨 감독의 평가대로 "일본이 이길 경기가 아니었다". 동아시안컵은 유럽 클럽팀들의 A매치 차출 의무가 없다. 대표팀 베테랑 에이스 대다수가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일본은 이번 대회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리그 데뷔전을 치른 '2000년생 골키퍼' 다나카 모모코를 포함한 7명이 A매치 경험 고작 1~3경기인 신예였다. 이날 전반 33분 선제골을 터뜨린 히나타 미야즈와, 후반 20분 결승골을 터뜨린 나가노 후카는 모두 1999년생이다. 경기 후 벨 감독의 격앙된 인터뷰나, '베테랑' 지소연의 "좀더 거칠게 자신있게 몰아붙였어야 한다"는 비판은 이 때문이다. 벨 감독은 "일본은 3번의 득점 기회가 있었고 이중 2번 득점에 성공했다. 우리는 경기를 지배하며 4번의 기회를 만들었음에도 한 번 밖에 살리지 못했다. 일본이 이길 경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중국전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전반 한국은 심기일전,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승부했다. '유럽파' 이영주, 조소현으로 이어진 패스 줄기와 '중국 킬러' 최유리의 중거리포는 짜릿했다. 전반 볼 점유율 56%, 슈팅수 5대1, 유효슈팅수 3대0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1-0의 우위를 이번에도 지켜내지 못했다.

최근 중국과의 맞대결에서도 한국은 후반 25분(70분) 이후 집중력, 체력 부족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은 첫 올림픽행을 노리던 지난해 4월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아시아최종예선 1차전에서 1대2로 패했다. 1-1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다 후반 18분 왕슈앙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줬다. 2차전도 강채림의 선제골과 상대 자책골로 2-0으로 앞서다 후반 69분 이후 2골을 내주며 2대2로 비겼다. 올해 2월 사상 첫 우승컵에 도전한 인도여자아시안컵 중국과의 결승전서도 전반 최유리, 지소연이 2골을 몰아치며 2-0으로 앞서다 후반 23분, 27분, 추가시간 연속골을 내주며 2대3으로 역전패했다. 벨 감독이 '고강도' '피트니스(체력)' '막판 집중력'을 줄기차게 강조하는 이유다. 내년 뉴질랜드-호주월드컵을 앞두고 여자축구대표팀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벨 감독은 이날 중국전 후 "결국 대회에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중국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좋은 내용을 보였음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우리 팀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벨 감독은 지난해 12월 뉴질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월드클래스' 지소연을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했다. 이번 대회에선 지소연을 최전방과 2선 사이 공격적인 프리롤로 활용하고 있다. 스리백 양쪽에 장슬기, 추효주 등 빠르고 공격적인 윙백을 내세우고, 최유리, 강채림, 손화연 등 20대 공격수들을 투톱으로 내세워 지소연과 연계하는 전술은 현 스쿼드에 최적화된 해법이다. 벨 감독은 "지소연은 공을 잡으면 결과를 낸다. '월드클래스' 지소연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지소연, 조소현, 심서연 등 '30대 황금세대'들의 체력적 향상과 함께 '지소연 시프트'를 받칠 강채림, 손화연, 추효주, 장유빈 등 후배들의 기술적, 정신적 성장과 노력이 관건이다. 이번 대회 한국을 상대로 골을 넣은 일본, 중국 선수는 1999년생, 2000년생 선수들이었다.

2022년 4월 기준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U-18(고등) 263명, 대학 191명, WK리그 212명 등 총 1358명에 불과하다. 남자 등록선수( 2만5557명)의 5% 수준. '레전드' 황인선 20세 이하(U-20)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고등학교 여자축구부가 올해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했다. 늘 지적하는 척박한 '풀뿌리' 저변이 근본적 문제지만 당장은 주어진 자원 속에 각자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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