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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 '쓰는 선수만 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근 4년간 축구 A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얻은 이미지다. 그랬던 벤투 감독이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넉 달 앞두고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선 용병술을 달리했다. 동아시안컵 특성을 고려해 '결과' 보단 '실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실험도 가미했다. 객관적 전력이 낮은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A매치 경험이 전무한 조유민의 센터백 카드, '반대발 윙어' 강성진의 파격 기용, 백승호의 측면 배치 등을 실험했다. 김동현에겐 정우영의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롤을 맡겨봤다. 유럽파, 중동파가 모두 합류했을 때는 할 수 없는 테스트다. 고영준은 중국전에서 조규성의 쐐기골로 연결된 킬패스, 막내 강성진은 홍콩전 멀티골, 조유민은 안정적인 수비 리딩 능력 등으로 벤투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대표팀 감독은 일반적으로 월드컵을 넉달 앞둔 시점에는 엔트리의 80~90%는 정해놓는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남은 10~20%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이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꾸릴 때, 동아시안컵 활약이 반영될 것은 자명하다. 각 선수의 최근 '폼(경기력)'과 전술 이해도를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은 대회일지라도, 이제 막 기회를 잡은 선수들에겐 마지막 생존경쟁인 셈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