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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턴=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기자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기자들, 경기 전 선수단 출입구 앞에 집결한 팬들의 숫자는 조용한 중견 클럽 울버햄턴의 주말 경기 상대가 시끌시끌한 대형 클럽 리버풀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12분만에 연속 실점한 리버풀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황희찬이 경기 후 "전반, 울버햄턴의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다"고 말할 만큼 이날 전반전은 맨시티와 리그 우승을 다투는 '2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르윈 누녜스, 살라, 나비 케이타의 슛은 하나같이 위력이 없었다. 23분 누녜스의 왼쪽 크로스는 어이없이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25분 마티프는 자기진영에서 여유를 부리다 공을 빼앗겨 추가실점 위기를 맞았다. 32분 '축구도사' 티아고 알칸타라의 공간 패스는 황희찬에게 쉽게 막혔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나사가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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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갑작스레 찾아온 부진이 아니란 게 문제다. 지난해 10월 핵심 공격수 루이스 디아스, 디오고 조타가 일주일 간격으로 장기 부상을 당하며 공격진 뎁스가 갑자기 얇아졌다. 학포를 무리해서 영입한 이유다. 올해 들어선 주전 센터백 버질 반다이크와 이브라힘 코나테가 연이어 다쳤다. 제아무리 특급 명장 클롭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이라도 날개가 꺾이고 방패가 부숴진 상황에선 잔류 싸움 중인 울버햄턴도 벅찬 상대였다. 이전 4경기에서 2득점에 그친 울버햄턴은 이날 하루만 3골을 넣었다. 울버햄턴이 리그에서 3골차 이상으로 승리한 건 지난해 3월 왓포드전(4대0) 승리 이후 11개월만이다.
반면 리버풀은 최근 4경기에서 1득점 9실점을 기록했다. 강등권에 머문 팀보다 좋지 않은 경기 내용이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팀을 살릴 자신이 있는가'라는 매운맛 질문을 받아야 했다. 선두를 질주 중인 아스널이 오랜 세월 끝에 '부활한 부잣집'이라면, 2015~2016시즌 이후 처음으로 빅4 진입이 어려워진 흐름상 리버풀은 '망한 부잣집'에 비유할 수 있겠다. '황소' 황희찬을 취재하러 간 경기에서 목격한 사실이다. 클롭 감독은 그 질문에 특유의 당당한 말투로 "자신있다"고 답했다. 리버풀의 다음 상대는 감독 교체 후 아스널을 꺾은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13일)다.
울버햄턴(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