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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가진 자'인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54)은 한결 여유가 흘렀다. 그 자리를 내준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47)은 애꿎게 최용수 강원 감독을 물고 늘어졌다.
녹색 그라운드에 벌써 봄이 왔다. K리그1이 25일 개막된다. 디펜딩챔피언 울산과 지난해 FA컵 우승팀 전북이 개막전부터 만난다. 열전을 앞둔 K리그 12개 구단 사령탑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나원큐 K리그1 2023 개막 미디어데이'가 2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2023시즌도 '2강'이 맨 위에 자리했다. 각 팀 사령탑들은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 우승 경쟁'을 첫 손에 꼽았다. '4강 구도'를 묻는 질문에 두 팀은 다른 세상에 있었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전북과 울산은 우승을 향해서 가는 팀"이라고 했다. 안익수 서울 감독도 "전북과 울산이 선두에 있는 것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울산은 지난해 '만년 2위'의 설움을 떨쳐내고 17년 만의 왕좌에 올랐다. 반면 전북은 K리그 6연패에 실패하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울산은 올 시즌 2연패, 전북은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K리그에 임하는 자세는 항상 같은 마음이다. 우승해서 위치는 다르지만 지킨다는 것보다 새로운 길, 새로운 도전하는 자세로 올 시즌을 임하겠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트레블(K리그, ACL, FA컵 우승)을 내건 김상식 전북 감독은 강원을 활용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강원이 울산을 이기고 4강에 올라왔으면 한다. 작년에 울산에 4패를 했다. 분발해서 4강에 들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최용수 감독은 "4전 4패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징크스다. 김상식 감독이 집요할 정도로 부탁을 많이 하더라. 올해는 걱정을 크게 안해도 될 것 같다"며 전북을 '안심'시켰다. 울산과 전북 그 다음은 인천, 포항, 제주, 서울이었다. 인천은 '폭풍영입'으로 전력이 탄탄해졌고, 포항은 끈끈한 조직력이 강점이다. 제주와 서울의 스쿼드도 두터워졌다.
제주 남기일 감독은 "감독님들이 다들 힘든 얼굴인데 조성환 감독(인천)님만 유일하게 헤어스타일을 바꿨고, 얼굴도 좋다"고 하자, 인천 조성환 감독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거론된다는 것이 영광이다. 사실 살짝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전북과 울산, 그 다음은 인천이 돼야 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지난해 인천과 포항이 상위 4위안에 들어갈 거라는 예상이 없었다. 올해도 4위 안에 꼭 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미소지은 반면 안익수 감독은 "울산과 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10개팀이 두 자리를 갖고 함께 경쟁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슈퍼매치의 대명사' 서울과 수원 삼성의 기싸움도 시작됐다. 이병근 수원 감독은 "전북과 울산, 인천에 이어 서울을 이야기하는데 서울이 올라가면 배가 아플 것 같다. 서울에는 절대 질 수 없다"고 도발했다.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들은 '승점 자판기'가 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우승 목표 팀들을 한 번은 다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최원권 대구 감독도 "쉽게 승점을 헌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공공의 적'은 울산이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감독과 함께 팀 대표 선수 1명도 자리를 빛냈다. 올 시즌 스플릿이 되기 전, 각 팀 별로 3번을 만나야 하는데 '3승을 거두고 싶은 팀'은 단연 울산이었다. 울산의 캡틴 정승현이 먼저 "전북을 이기고 싶다. 3경기를 다 이기면 9점, 그만큼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하자 전북의 홍정호는 "재밌네요"라며 "우리도 울산을 꺾고 싶다. 울산에 3승을 거두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고 맞불을 놓았다.
강원의 임창우는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울산을 상대로 한번이라도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포항 김승대도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 동해안더비, 더 철저하게 좋은 준비해왔다. 울산을 상대로 3승이 아니더라도, 우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제주 최영준은 "전북에도 있었고, 작년도 챔피언이었던 울산을 꼽도록 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