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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지독한 폭우에 지긋지긋한 징크스였다.
부산은 3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3' 24라운드 부천FC와의 원정경기서 수중전 혈투를 벌였지만 득점 없이 비겼다.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부산은 경남과 동룔(승점 38)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3위에 머물렀다. 특히 그렇게 깨고 싶었던 부천전 무승 징크스도 깨지 못했다.
부산은 2021년 5월 2일 2대0으로 승리한 이후 이날까지 2년여 동안 4무5패를 기록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를 시작하자 마자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40여분 폭우에 물을 대놓은 논처럼 변한 그라운드는 공이 구르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패스한 공이 척척 멈춰서는 바람에 선수들은 질주하다 급제동 하기를 반복하는 등 드리블이나 패스게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어수선하게 전개된 부천과 부산의 코미디같은 수중전. 정상 플레이는 불가능하니, 수중전의 돌발 상황을 잘 활용해 운까지 따라주는 쪽이 승리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반까지 어느 쪽에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부산은 전반 31분 코너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박동진의 헤더가 골기둥을 맞히는 불운에 먼저 울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완전히 그친 뒤 맞은 후반전, 그라운드 상태가 호전되며 정상 패스게임도 가능해졌다. 이제부터 진검승부, 부산이 또 불운에 땅을 쳤다. 정원진이 절묘하게 감아찬 프리킥 직접 슈팅이 부천 골키퍼 이주현의 슈퍼세이브에 굴절되며 또 골대(크로스바)를 맞혔다.
부산에 강한 부천도 땅을 치기는 마찬가지 후반 30분 이후 빼앗긴 주도권을 잡아 세트피스 기회를 연이어 얻어냈지만 상대 수비수의 육탄방어에 막히는 등 마지막 2%가 부족했다. 36분에는 이의형의 결정적 헤더슛이 부산 골키퍼 구상민의 슈퍼세이브에 날아가기도 했다. 경기 종료 직전 박호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마저 구상민의 선방에 막히니 부천은 할 말을 잃었다.
짓궂은 날씨에 펼쳐친 맞대결의 양팀의 운명도 짓궂었다.
부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