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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 축구 국가대표 김신욱(36·키치)은 수비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학창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꽃미남 스트라이커' 조규성(26·미트윌란)은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국가대표팀에 발탁되고, 유럽 진출의 꿈까지 이뤘다. 이렇듯, 다른 포지션을 맡은 선수가 공격의 재능을 뽐내 공격수로 전향하는 케이스는 더러 있지만, 공격수가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은퇴를 앞둔 노장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 톡톡 튀는 전술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한국 축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정효 광주 감독이 22세이하 자원이 아닌 허율이 공격수로서 정체됐다는 판단으로 수비수 전향을 제안했고, 프로 4년차에 아직 '포텐'을 터뜨리지 못한 허율이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4월 27일 수원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8라운드를 통해 센터백으로 데뷔한 허율은 지난 2일 서울전까지 총 3경기에 센터백으로 나섰다. '창'을 들고 상대팀 골문을 노려보던 선수가 '방패'를 들고 골문에서 가장 먼 지점에 서있다는 것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지만, 허율은 이 감독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호평할 정도로 새로운 옷에 잘 적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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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센터백 허율'이 '공격수 허율' 보다 몸값이 5배는 더 올랐을 것이고, 국가대표로 발탁될 확률도 더 높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장신, 왼발잡이, 공격 마인드를 지닌 센터백의 희귀성 때문이다. 허율은 "센터백으로 고작 3경기밖에 안 치렀다. 10경기 정도 치렀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매 경기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내 에이전트는 허율이 센터백으로 자리잡으면 공격수와 수비수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이도류'의 독특한 입지를 구축해 시장 가치가 크게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