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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EPL 쉽지 않아, 내 자리를 100% 물려줄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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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어달간 양민혁의 향후 행선지는 국내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김 대표는 구단 유튜브에서 스무고개를 하듯, 수수께끼가 가득한 힌트를 남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클럽의 이름을 주욱 나열했다. 토트넘에 대해선 "관심이 있다" 정도로 표현했다. 올해 프로데뷔해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친 양민혁을 품은 팀은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이었다.
양민혁은 양 구단의 협의에 따라 잔여시즌 강원에서 활약한 뒤 내년 1월에 토트넘에 합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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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강원 대표이사는 양민혁의 이적료에 대해서 "비밀조항에 포함됐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토트넘 18세 레코드, K리그 유럽 직행 최고 이적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적시장 관계자는 양민혁의 이적료가 400만유로(약 60억원)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양민혁의 미래, 그리고 국가경쟁력을 위해 향후 아시안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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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양민혁은 K리그1 26경기에 나와 8골-5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양민혁은 K리그1 사상 최초로 고등학생 신분으로 프로 계약을 맺은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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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은 전반 21분 '절친' 윤도영과의 콤비플레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양민혁은 중원에서 볼을 빼앗아 윤도영에게 롱패스를 건넸다. 중원에서 한 차례 턴을 시도해 로얄을 따돌렸다. 그는 1분 뒤에는 이동경의 패스를 받아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위해 급조된 팀이었던 탓에 선수들 사이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잔실수가 있었고, 몸싸움에서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기대했던 득점포 또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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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은 '손(Son)의 아들(Son)'로 불리며 많인 기대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양민혁에게 북런던에서의 삶과 문화 등에 대해 조언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힘들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EPL은 전혀 쉽지 않다.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 피지컬, 인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 등 모든 게 완벽히 준비돼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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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의심할 여지없는 토트넘 최고의 선수다. 2015년 여름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첫 해 다소 부진했지만, 이후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21~2022시즌에는 23골을 넣으며 아시아 최초의 EPL 득점왕에 올랐다. 페널티킥 득점 하나 없는 순도 100% 득점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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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 보다 변수가 많았던 시즌이었다. 셀틱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다고 하나 빅리그 경험이 일천한, 호주 출신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롭게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여기에 매시즌 20골 이상을 책임졌던 '에이스' 해리 케인마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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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역시 손흥민이었다. 히샬리송의 부진으로 최전방이 약해지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톱' 카드를 꺼냈다. 스트라이커로 나선 첫 경기였던 9월 번리전부터 해트트릭을 폭발시킨 손흥민은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1~2022시즌 이후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며, 케인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12골의 기대득점을 훌쩍 뛰어넘는 17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득점력 뿐만 아니라 축구도사 다운 면모를 보였다. 손흥민은 올 시즌 경기당 2개의 키패스를 기록하며, 전문 플레이메이커 못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빅찬스 생성만 20개였다. 동료들의 미스로 10도움 밖에 하지 못한게 아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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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은 이런 손흥민의 존재가 토트넘행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손흥민 역시 양민혁을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후는 자신의 몫이다. 손흥민이 이야기했듯 EPL은 쉽지 않은 무대다. 자신이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