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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선을 한참 넘었다. 남의 집 잔치에 초대된 손님이 말 그대로 '깽판'을 쳤다. '잔치집 주인' 격인 에버턴을 완전히 능욕하는 행동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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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 흑역사의 한 장면으로 오랫동안 남을 사건이다. 자존심 강한 에버턴 팬들 역시 크게 분노했다. 완전히 선을 넘은 건방진 세리머니가 나왔기 때문이다.
에버턴은 이날 2025~2026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쓰게 될 새 홈구장인 '에버턴 스타디움'을 공개했다. 브램리 무어 독 스타디움이라고도 불리는 이 새 구장은 5만2888석 수용규모를 자랑하는 최신식 경기장이다. 2021년에 처음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완공됐다. 에버턴 구단이 무려 5억5000만파운드를 투자했고, 현재 가치는 7억5000만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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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은 다음 시즌 본격적인 개장을 앞서 이날 팬들에게 경기장을 처음으로 개방했다. 1만명의 팬을 초대했고, 개장경기로 18세 이하(U-18) 팀간 친선경기를 마련했다. 위건 애슬래틱 U-18팀을 초청해 에버턴 U-18팀과 경기를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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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장의 첫 골을 에버턴 소속 선수가 아닌 위건 선수가 넣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개장 첫 골의 주인공인 위건의 미드필더 해리슨 리머가 어처구니 없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골을 넣은 뒤 에버턴 팬들을 보며 오른손 검지손가락과 왼손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펼쳐 보였다. 리머가 손으로 만든 '숫자 6'이 상징하는 건 에버턴의 연고지역 라이벌인 리버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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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과 리버풀은 같은 리버풀을 연고로 하는 지역 라이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홋스퍼-아스널의 관계와 비슷하다. 팬들의 자부심과 상대 팀에 대한 적의도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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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은 16세의 레이 로버트가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넣으며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로버트는 새 경기장에서 첫 골을 넣은 에버턴 소속 선수로 역사에 남게됐다. 하지만 위건 선수들이 보여준 모욕적인 행동을 지울 순 없었다. 에버턴 팬들은 리머의 '리버풀 세리머니'로 인해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