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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 풀리지 않던 '지도자' 이을용의 소중한 '정식감독 첫 승'...차두리도 '첫 승점'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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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03 12:34 | 최종수정 2025-03-03 12:50


지독히 풀리지 않던 '지도자' 이을용의 소중한 '정식감독 첫 승'...차…

지독히 풀리지 않던 '지도자' 이을용의 소중한 '정식감독 첫 승'...차…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돌고 돌아 찾아온 첫 승이다.

경남FC는 2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2라운드에서 후반 35분 터진 도동현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머쥐었다. 개막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 0대2로 패했던 경남은 '낙동강 더비'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았던 부산을 잡으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을용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던 경기다. 이 감독은 공수 간격을 일관되게 유지한 채 강한 압박을 앞세워 부산을 괴롭혔다. 전반 상대를 슈팅 1개로 묶어냈다. 후반 상대의 공세가 거셌지만, 흔들리지 않았고,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15분 도동현과 박기혁을 투입했고, 이들은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경남 데뷔 승리기도 한 이날 승리는 이 감독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로 불렸다. 은퇴 후 현역시절 뛰었던 튀르키예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이 감독은 강원 스카우트로 복귀해, 코치로 활약했다. 2015년 청주대 코치로 자리를 옮긴 이 감독은 2016년 FC서울 2군 코치로 합류하며,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했다.

2018년 4월 당시 황선홍 감독이 자진 사퇴하며, 감독 대행 자리를 통해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카리스마와 섬세함을 갖춘 이 감독에 대한 서울의 기대는 컸다. 홈 데뷔전에서 '슈퍼매치 라이벌' 수원 삼성을 잡는 등 순항하는 듯 했지만, 이후 부침 있는 모습을 보였다. 22경기에서 6승7무9패에 머물며, 팀의 하위스플릿행을 막지 못했다. 결국 대행 꼬리표를 떼는데 실패하며, 서울과 작별했다.

이어 제주 유나이티드 수석코치, 용인시축구센터 총감독으로 커리어를 이어갔지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방송 활동에 주력했지만, 마음은 현장에 있었다. 부천FC 등과 강하게 연결됐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포기는 없었다. 골때녀 등에 나선 이 감독은 비록 예능이었지만, 진지하게 임하며 감각을 잃지 않으려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마침내 찬스가 왔다. 경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예능 출연료 보다 훨씬 적은 연봉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현실은 더욱 열악했다. 구단 내부 사정으로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선수단 식사마저 문제가 생길 정도였다. 매순간이 한숨이었다. 지난 시즌 12위에 머문 경남인만큼,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 감독의 답은 훈련이었다. 훈령량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렸다.

개막 전 최하위급 전력이라는 평가 속, '우승후보' 인천과 개막전을 치렀다. 패했지만, 첫 실점을 허용한 80분까지 수비 조직은 나쁘지 않았다. 한층 자신감이 오른 상태에서 치른 부산전에서 승리에 성공했다. 돌고 돌아 정식 감독으로 마침내 프로 무대 승리를 거머쥔 이 감독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지독히 풀리지 않던 '지도자' 이을용의 소중한 '정식감독 첫 승'...차…

한편, 이 감독과 함께 2002년 월드컵 동기인 차두리 화성FC 감독도 웃었다. 화성은 같은 날 열린 역사적인 창단 첫 K리그 홈경기에서 충남아산을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40분 백승우의 동점골로, K리그 첫 골-첫 승점을 수확했다. 차 감독은 팽팽한 승부 끝 지난 시즌 2위 충남아산과 비기며, 만만치 않은 지도력을 과시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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