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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 라인업부터 둑스까지, 모든 카드 쓰고도 침묵한 서울...잔디 때문에 변칙 쓴 정정용의 아쉬움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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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03 19:46


변칙 라인업부터 둑스까지, 모든 카드 쓰고도 침묵한 서울...잔디 때문에…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 서울 린가드가 오버헤드킥을 시도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3/

변칙 라인업부터 둑스까지, 모든 카드 쓰고도 침묵한 서울...잔디 때문에…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 서울 둑스가 후반 막판 출전해 경기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3/

[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변칙 라인업부터 신입생까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지만 끝내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FC서울이 연승에 실패했다. 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지난 FC안양과의 2라운드에서 2대1로 승리했던 서울은 아쉬운 무승부로 9위(승점 4·2골)에 머물렀다. 김천전 무패행진을 8경기(4승4무)로 늘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천(승점 4·4골)은 다득점에 앞서 7위에 자리했다.

김기동 감독은 이날 변칙 라인업을 꺼냈다. 당초 예고된 라인업은 조영욱이 최전방, 정승원이 오른쪽 날개, 이승모가 중앙 미드필더였다. 막상 킥오프가 되니 선수들의 위치에 큰 변화가 있었다. 김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시절부터 즐겨쓰던 이승모 제로톱 카드를 꺼냈다. 조영욱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정승원이 중원에서 뛰었다.

두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김 감독은 중앙이 탄탄한 김천 수비진을 상대로 연계와 침투에 능한 이승모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하나는 이동경 봉쇄였다. 이동경은 초반 김천의 에이스를 넘어 K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 감독은 활동량이 많은 정승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려, 이동경 마크에 나섰다.

김 감독의 의도는 맞아 떨어졌다. 정승원은 특유의 움직임으로 이동경을 막았다. 이동경은 이날 단 1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이동경이 막히자 김천의 공격력이 반감됐다. 김천은 단 한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문제는 마무리였다. 이승모는 기대대로 좋은 움직임을 보였지만,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니다보니 마무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감독은 후반 기성용과 문선민, 루카스실바 등을 투입하며 골을 노렸다. 문선민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졌지만, 결정적인 기회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변칙 라인업부터 둑스까지, 모든 카드 쓰고도 침묵한 서울...잔디 때문에…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3/

변칙 라인업부터 둑스까지, 모든 카드 쓰고도 침묵한 서울...잔디 때문에…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 상무 정정용 감독과 서울 김기동 감독이 경기 전 악수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3/
마지막에는 '신입생' 둑스까지 투입했다. 일류첸코가 떠난 자리에 스트라이커를 찾던 서울은 고심 끝에 '루마니아 리그 득점왕' 출신의 둑스를 품었다. 둑스는 지난 주 팀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전격적으로 둑스를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경기 전 김 감독은 "둑스가 경기를 뛴지도 오래됐고,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팀 분위기나 경기장 분위기를 익히는 차원에서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자, 둑스를 투입는 승부수를 띄웠다. 둑스는 괜찮은 움직임을 보였지만, 득점을 하기에는 완벽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은 10개의 슈팅을 날렸음에도 끝내 김천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 감독은 "질 수 없는 경기였다. 우리가 준비한대로, 의도한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결과가 아쉽다"고 했다.


한편, 경기 후 화제는 잔디로 쏠렸다. 올 시즌 이른 개막으로 불거진 잔디 문제는 이날도 계속됐다. 정정용 김천 감독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단 1개의 유효슈팅을 날리지 못할 정도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던 배경에 대해 환경 문제를 거론했다. 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생각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경기장 환경 때문에 변칙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 게임 모델 중 하나가 후방 빌드업인데, 그라운드 때문에 실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략적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김 감독도 동의했다. 김 감독은 "이 문제는 1라운드부터 제기됐다. 상암 뿐만이 다른 경기장들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추워서 그라운드가 얼어 있다 보니 선수들이 위험한 상태다. 잔디가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하니까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선수들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린가드는 혼자 달리다 다치기 까지 했다. 위에 계시는 부분이 리그 일정 등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는 개막을 1월에 하든, 2월에 하든 상관없다. 다만 제반 시절이 명확하면, 유럽처럼 열선을 깐다든지, 잔디만 좋으면 상관이 없다"고 했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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