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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춘제와 직결된 얼어버린 그라운드, 답은 열선? 공사비만 최소 60억에 연료비는 연 6억 이상[SC이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5-03-05 09:47


추춘제와 직결된 얼어버린 그라운드, 답은 열선? 공사비만 최소 60억에 …

추춘제와 직결된 얼어버린 그라운드, 답은 열선? 공사비만 최소 60억에 …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초반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K리그가 잔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클럽월드컵과 동아시안컵 등의 여파로 역대 가장 빠른 2월15일 개막했다. 때늦은 한파가 겹치며 그라운드는 꽁꽁 얼어버렸다. 당연히 잔디 상태도 최악이었다. '빙상 잔디'에 정상적인 경기가 펼쳐질리 만무했다. 혼자 뛰다 넘어지는가 하면, 제대로 된 킥을 하기도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속출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볼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승우(전북)는 "이런 환경에서 경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돈을 내고 온 사람들한테 솔직히 부끄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정용 김천상무 감독은 "그라운드 때문에 우리 게임 모델을 포기하고 변칙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수(서울)도 "공이 없어도 혼자 넘어진다. 공을 차려고 하면 잔디가 말린다. 정말 창피한 수준"이라고 했다.

최근 잔디 문제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추춘제 이슈와 연관이 있다. 추운 날씨 탓에 국내에서 힘을 얻지 못하던 추춘제는 외부 환경 변화로 기류가 바뀌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지난해부터 추춘제를 전격, 실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클럽월드컵의 확대와 A매치 일정 변경 등 변화를 택했다.

무엇보다 J리그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J리그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과 비슷한 기후 환경을 갖고 있는 일본마저 추춘제로 돌아서며, K리그도 기로에 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말 추춘제 관련 공청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추춘제와 직결된 얼어버린 그라운드, 답은 열선? 공사비만 최소 60억에 …
그래서 올 시즌에 눈길이 모아졌다. 사실상 추춘제처럼 진행되는 올 시즌은 향후 논의에 있어 중요한 바로미터였다. 걱정했던 관중수 감소는 K리그1 뿐만 아니라 K리그2에도 구름 관중이 이어지며 고민을 덜었지만, 가장 우려했던 그라운드 환경 문제, 경기력 문제 등이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런 환경 속에서 추춘제를 하는 것이 맞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스탠다드인 추춘제를 쉽게 포기하긴 어려운 노릇, 시설 투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김기동 서울 감독도 "위에 계시는 분들이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단 최우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열선으로 대표되는, 지온관리시스템 구축이다. 남자팀은 춘추제, 여자팀은 추춘제로 경기를 하는 비셀 고베는 2019년 열선을 구축했다. 얼어버린 그라운드를 한번에 녹일 수 있다. 열선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일본 구장에는 보일러 작동과 비슷한 지온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내보내, 그라운드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잔디 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 일본으로 견학을 다녀온 울산 HD 관계자는 "울산과 위도가 비슷한 도쿄와 인근 구장 상황을 지켜본 결과,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지온관리시스템의 유무였다. 일본 그라운드 키퍼 역시 지온관리시스템이 잔디 및 그라운드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했다.


문제는 공사비다. 2019년 고베가 열선을 깔 당시, 쓴 공사비는 30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일본 내 공사기 때문에 이 정도다. 인력부터 전부 일본에서 들여와야 한다. 이후 원자재값이 상승한데다, 신축 구장이 아니고 기존 구장에 공사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최소 6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지온관리시스템 구축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냉정히 경기장 관리를 맡고 있는 시설관리공단에 이 정도 금액이 없을 뿐더러, 있다해도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뜩이나 예산이 삭감된 요즘이다. 공사 기간도 1년 가까이 든다는 점에서 부담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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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공사를 한다해도 문제다. 당장 한국 기후와 맞아 떨어질지도 미지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온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겨울에는 건조, 여름에는 결로라는 문제가 발생해, 오히려 잔디에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하이브리드 잔디 공사 과정에서 철거해버렸다. 전문가들은 "잔디는 생물이다. 당장 열이 가해졌을때 잔디에 어떤 영향이 들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유지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베가 열선을 사용하는데 드는 연료비는 연 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설비의 직접 유지, 보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지난해 서울시설공단이 잔디에 지출한 금액은 2억5000여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돈이다. 당장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누구나 알지만,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잔디 이슈의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잔디, 그 자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여름 같은 문제로 곤혹을 치른 연맹은 잔디 문제가 복합적 원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만큼, 일단 잔디 연구에 초점을 맞춘 후 이후 확장을 통해 답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잔디 전문가도 직접 뽑았다. 연맹 관계자는 "열선이 답이라면 직접 투자라도 해보겠지만, 상황은 그보다 복잡하다. 한지형 잔디가 겨울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만큼, 무엇이 우리 현실에 최적화된 잔디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춰 솔루션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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