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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초반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K리그가 잔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클럽월드컵과 동아시안컵 등의 여파로 역대 가장 빠른 2월15일 개막했다. 때늦은 한파가 겹치며 그라운드는 꽁꽁 얼어버렸다. 당연히 잔디 상태도 최악이었다. '빙상 잔디'에 정상적인 경기가 펼쳐질리 만무했다. 혼자 뛰다 넘어지는가 하면, 제대로 된 킥을 하기도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J리그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J리그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과 비슷한 기후 환경을 갖고 있는 일본마저 추춘제로 돌아서며, K리그도 기로에 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말 추춘제 관련 공청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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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최우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열선으로 대표되는, 지온관리시스템 구축이다. 남자팀은 춘추제, 여자팀은 추춘제로 경기를 하는 비셀 고베는 2019년 열선을 구축했다. 얼어버린 그라운드를 한번에 녹일 수 있다. 열선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일본 구장에는 보일러 작동과 비슷한 지온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내보내, 그라운드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잔디 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 일본으로 견학을 다녀온 울산 HD 관계자는 "울산과 위도가 비슷한 도쿄와 인근 구장 상황을 지켜본 결과,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지온관리시스템의 유무였다. 일본 그라운드 키퍼 역시 지온관리시스템이 잔디 및 그라운드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했다.
문제는 공사비다. 2019년 고베가 열선을 깔 당시, 쓴 공사비는 30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일본 내 공사기 때문에 이 정도다. 인력부터 전부 일본에서 들여와야 한다. 이후 원자재값이 상승한데다, 신축 구장이 아니고 기존 구장에 공사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최소 6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지온관리시스템 구축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냉정히 경기장 관리를 맡고 있는 시설관리공단에 이 정도 금액이 없을 뿐더러, 있다해도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뜩이나 예산이 삭감된 요즘이다. 공사 기간도 1년 가까이 든다는 점에서 부담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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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베가 열선을 사용하는데 드는 연료비는 연 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설비의 직접 유지, 보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지난해 서울시설공단이 잔디에 지출한 금액은 2억5000여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돈이다. 당장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누구나 알지만,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잔디 이슈의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잔디, 그 자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여름 같은 문제로 곤혹을 치른 연맹은 잔디 문제가 복합적 원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만큼, 일단 잔디 연구에 초점을 맞춘 후 이후 확장을 통해 답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잔디 전문가도 직접 뽑았다. 연맹 관계자는 "열선이 답이라면 직접 투자라도 해보겠지만, 상황은 그보다 복잡하다. 한지형 잔디가 겨울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만큼, 무엇이 우리 현실에 최적화된 잔디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춰 솔루션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