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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열 받는다" 고베 감독 아사니 발언에 발끈한 이정효, K리그 자존심 걸고 '광주의 기적' 쏜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5-03-11 14:36 | 최종수정 2025-03-12 11:45


"아~ 열 받는다" 고베 감독 아사니 발언에 발끈한 이정효, K리그 자존…

"열 번 싸우면 열 번 다 질 것 같다."

이정효 광주 감독이 지난해 11월 비셀 고베와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0대2로 패한 뒤에 꺼낸 말이다. 선수단 인건비로만 3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베와의 전력차를 인정했다. ACLE 조별리그에서 4위를 차지한 광주는 애초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16강에서 맞붙는 대진이었지만, 산둥 타이산(중국)이 돌연 대회 참가를 포기, 조별리그 순위가 바뀌면서 16강에서 고베와 다시 마주했다. 전술가인 이 감독은 고베의 막강한 공격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례적인 6백(수비 6명) 전술을 야심차게 빼들었지만, 전반에만 오사코 유야와 이데 하루야에게 연속해서 헤딩 실점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반전에 반전없이 그대로 0대2로 패했다. 지난 2023시즌 K리그1 3위를 차지하며 구단 창단 이래 최초로 아시아 무대에 진출한 광주는 올 시즌 ACLE 총 8경기를 치르면서 유일하게 고베에만 승리를 내줬다.

이날 결과로 부담은 커졌다.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16강 2차전에서 고베를 꺾고 8강에 오르기 위해선 3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하다. 정규시간 내에 2대0 스코어로 승리할 경우, 연장 승부로 승자를 가린다. 최근 2년 연속 J리그를 제패한 고베가 올 시즌 초반 리그에서 4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부진에 빠져있지만, 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 전력차를 확인한 만큼 '사우디행 티켓'을 얻기 위해선 기적을 바라야 한다. 이번 ACLE은 오는 4월 사우디에서 모여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한꺼번에 치른다. K리그팀 중 유일하게 16강 토너먼트에 오른 광주가 만약 고베를 넘지 못하면, 사우디로 향하는 팀이 '제로'가 된다. K리그는 2020시즌부터 지난 2023~2024시즌까지 4시즌 연속 8강전에 최소 1팀을 배출했다. 지난 2023~2024시즌엔 울산이 준결승을 밟았다.

광주가 기댈 수 있는 구석은 홈 경기라는 점이다. 광주는 올 시즌 홈에서 치른 ACLE 4경기에서 도합 13골을 퍼부으며 3승1무 무패를 질주했다. 원정 4경기에서 단 2골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홈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고베는 지난해 12월 포항과의 조별리그 원정경기에서 1대3 완패했고, 지난달 상하이 선화(중국) 원정에서도 2대4로 패하는 등 원정에서 약한 면모를 보인다. 홈에선 최근 4연승 중인 것과 대비된다. 구단 여건상 스몰스쿼드로 시즌을 운영하는 광주는 지난 주말에 열릴 예정이던 포항과의 K리그1 4라운드가 ACLE 일정에 따라 A매치 휴식기 이후인 22일로 연기되며 일주일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시즌 초 부상으로 결장했던 핵심 미드필더 최경록도 이날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 감독의 지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고베전 90분은 이 감독에게 분명한 전술적 힌트를 남겼을 것이다.

경기 하루 전엔 이 감독과 선수들은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고베의 요시다 다카유키 감독이 사전 인터뷰에서 아사니 집중마크를 강조한 내용을 접한 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참 열받는다. 아사니 말고는 우리팀에 선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약간 무시하는 듯하다. 선수들과 공유해서 전투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라고 발끈했다. K리그에서 기적을 써 내려간 이 감독은 과연 '광주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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