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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오랜만에 좋은 경험 하고, 아이디어도 쌓고 있어요."
박동혁 전 경남 감독의 미소였다. 박 감독은 4일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TSG)로 활약 중인 그는 양해를 구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직접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야인이 된 박 감독은 올해 영국행을 계획했다. 박 감독은 "꼬박 10년 동안 현장에 있었더라. 늘 선진 축구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니즈도 있었다"며 "2015년 독일 연수를 다녀온 이후 처음으로 유럽행을 준비했다. 원래 1월에 갈 계획이었는데, 집안 사정과 TSG 위촉으로 미뤘다"고 했다.
보름이 넘는 짧은 기간이지만, 박 감독은 최대한 많은 경기 일정을 잡았다. 이미 크리스탈 팰리스-브라이턴전과 맨유-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를 관람했다. 구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맨체스터 더비' 티켓은 박지성의 도움을 받았다. 박 감독은 "99.9% 못구한다고 했는데, 운이 좋았다더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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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더비'는 이번 유럽 연수의 핵심 포인트였다.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중심으로 가장 트렌디한 축구를 펼치는 맨시티야 말할 것도 없고, 맨유가 어떻게 스리백을 쓰는지 직접 보는게 주요 목적이었다. 박 감독은 "0대0 무승부로 끝났지만, 나는 재밌게 봤다. 트랜지션이 빠르니까 속도감이 엄청나더라. 영국 축구가 폭이 넓을거라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간격이 상당히 좁았고, 무엇보다 포지셔닝이 좋더라. 볼관리 능력도 좋지만, 포지셔닝이 좋아서 볼 받을 위치를 선점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박 감독을 깨운 것은 전술 아닌 분위기였다. 그는 "7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90분 동안 경기장 분위기를 들썩이는데,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다. 한 세션 끝나면 야유하고, 한 세션 끝나면 환호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후 토트넘과 프랑크푸르트의 유로파리그, 리버풀-웨스트햄전 등을 차례로 볼 예정이다. 박 감독은 "리버풀의 경기는 전부터 보고 싶었다. 특출난 공격진을 활용하는 방법이 외국인 공격수로 공격진을 꾸리는 K리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리버풀의 공격 운용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더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현장 복귀 전까지 꾸준히 유럽을 찾아 전술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의 나이 이제 46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