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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우리가 직접 '제2의 황인범'을 키워보겠다."
'명문' 페예노르트가 '무명' 배승균(18·보인고)을 영입한 이유다. 페예노르트는 8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보인고에서 뛰는 미드필더 배승균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8년 6월 30일까지, 3년으로 유스가 아닌 '1군' 계약을 맺었다.
페예노르트행은 우연 찮은 기회에서 시작됐다. 페예노르트는 지난해부터 한국 유망주를 찾고 있었다. 당초 지켜본 선수는 보인고 3학년 선수였다. 하지만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배승균이 눈에 들었다. 페예노르트는 관계자를 파견해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 고교축구대회를 직접 지켜봤다. 탁월한 기술은 물론, 경기장에서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영리함에 합격점을 줬다.
페예노르트는 곧바로 10월 배승균의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근 코펜하겐행을 확정지은 이경현처럼,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정식 절차를 밟아 공식 트라이얼을 진행했다. 트라이얼 기간 동안 선수는 물론, 심덕보 보인고 감독의 체류비 등까지 지원했다. 여러 선수들이 모인게 아니라 배승균 하나만을 두고 진행한 테스트였다. 당초 1군과 함께 훈련하기로 했지만, 스케줄 변경으로 19세, 21세 이하팀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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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입단 테스트에서 썩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페예노르트는 배승균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배승균의 페예노르트행을 진두지휘한 플랜A 글로벌의 안지영 대표는 "페예노르트가 갖고 있는 스카우팅 기준이 있다. 기술, 태도, 인성, 리더십 정도로 나누는데, 당연히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일찌감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테스트에서도 승균이가 가진 것을 80% 밖에 보여주지 못했지만, 장시간의 비행, 시차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오히려 주목한 것이 인성과 태도였다. 유럽이라는 전혀 다른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성 등이 필요하다며 이런 부분을 집중 점검했다. 한국에서도 2학년이지만 3학년에게 적극적으로 콜을 하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하더라. 훈련 첫째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골대를 가장 먼저 나르는 모습까지 체크하더라"고 했다.
페예노르트가 특히, 인성과 태도를 강조한 이유가 있다. '황태자' 황인범 때문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은 황인범은 단숨에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플랜A 글로벌 오창현 대표는 "직접 페예노르트에 가보니 황인범에 대해서는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엄지척을 한다. 그 이유가 있는데, 브라이언 프리스케 감독이 경질될때 다른 선수들은 '감독이 문제였다, 나갔으니 이제 잘될거다'고 하는 반면, 황인범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고 했다더라. 페예노르트에서 황인범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 이런 인성과 태도를 꼽았다. 승균이를 높이 본 이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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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테스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계약 마무리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감독 경질은 물론, 여러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승균에 대해 페예노르트는 확신을 잃지 않았다. 오 대표는 "네덜란드 리그는 EU(유럽연합) 아닌 국가의 유망주들을 영입할때 미니멈 연봉 규정이 있다. 이 돈이 생각보다 크다. '굳이 이 돈으로 아시아 선수를 뽑아야 하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황인범의 성공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페예노르트가 황인범을 영입하기 위해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썼는데, 앞으로 그 큰 돈을 쓰느니 차라리 우리가 직접 '제2의 황인범'을 키워보자고 했다. 황인범이 가진 장점을 승균이가 갖고 있다고 평가하더라"고 했다.
배승균은 테스트 첫 날 황인범을 만났다. 황인범은 그에게 "다시 만나자"고 덕담을 건넸는데, 현실이 됐다. 안 대표는 "합류 후 1군 프리시즌과 함께 할 계획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관리할지는 현장에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졸업까지 할 수 있게 페예노르트에서 계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