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구단 최초 ACL 진출시켰는데…"스태프 자르고, 줄 돈 안주고" 청두 막가파 행정에 서정원 '속앓이', 공든 탑 무너진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5-04-11 01:01 | 최종수정 2025-04-11 10:04


구단 최초 ACL 진출시켰는데…"스태프 자르고, 줄 돈 안주고" 청두 막…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2일, 중국 지난의 지난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산둥타이산과 청두룽청의 2025년 중국슈퍼리그(CSL)는 한국인 지도자들의 지략대결, 강호들의 맞대결이란 의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경기에서 서정원 전 수원 감독이 이끄는 청두가 'K리그 출신' 호물로와 펠리페의 골을 앞세워 최강희 전 전북 감독의 산둥을 3대0으로 대파했다. 지난해 FA컵 포함 3차례 맞대결에서 산둥에 모두 패한 아쉬움을 단번에 털어내는 한편, 초반 부진한 흐름을 끊고 리그 3경기만에 승리하며 반등의 발판을 놨다. 기세를 몰아 6일 다롄 잉보마저 2대0으로 꺾으며 단숨에 리그 3위로 점프했다. 3승1무1패 승점 10으로 선두 상하이상강과 2위 상하이선화(이상 승점 11)를 승점 1점차로 추격했다.

CSL 양강으로 군림하는 상하이의 두 팀의 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선 '서정원 감독이 올해 중국슈퍼리그에서 큰 일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21년 청두 지휘봉을 잡아 1년만에 1부 승격을 이끈 서 감독은 2022년 5위, 2023년 4위를 이끌더니 지난해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하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일부 중국 매체에 의해 차기 중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현지에서 주가가 높다. 청두는 올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출전한다. 중국 대륙에서 축구 열기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구 2천만 도시 청두에서 서정원이란 이름은 '뛰어난 감독'을 넘어 '도시 영웅'이다. 서 감독은 단순히 청두 1군의 성적에만 몰두하지 않고, 후허타오(22)와 같은 유스 출신 유망주도 과감하게 발탁했다. 서 감독의 선수 시절을 연상케하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내는 윙백 후허타오는 중국 A대표팀에 발탁돼 벌써 A매치 4경기를 치렀다.


구단 최초 ACL 진출시켰는데…"스태프 자르고, 줄 돈 안주고" 청두 막…
Xinhua연합뉴스

구단 최초 ACL 진출시켰는데…"스태프 자르고, 줄 돈 안주고" 청두 막…
청두는 이렇게 겉으론 문제없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청두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 내부는 고름으로 가득 찼다. 구단 수뇌부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연 서 감독과 상의없이 기존 통역관과 의무스태프 교체를 단행했다. 서 감독이 믿고 의지하던 스태프들이었다. 청두시는 시차원에서 청두를 '축구 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정작 청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청두룽청은 훈련장 잔디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험이 부족한 의무스태프가 합류하고, 좋지 않은 잔디 상태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은 부상을 당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선수단 수장인 서 감독은 이러한 불만사항을 구단에 전달하려고 해도 새로운 지도부 체제에서 소통창구가 사라져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중국 축구 관계자는 "예전엔 서 감독과 구단 관계자가 자유롭게 소통하며 선수단 발전을 논의했지만, 지금은 대화가 단절됐다. 새 지도부가 서 감독을 고립시키려고 하는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되는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부터 계속된 '돈 문제'가 여태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 청두는 애초 서 감독과 계약을 맺을 때 'ACL 진출시 자동 3년 재계약과 보너스'를 약속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아직 구단으로부터 재계약과 보너스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새 시즌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연봉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초상권료 미지급으로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청두 선수를 관리하는 일부 국내 에이전트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중개 수수료를 받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에이전트는 이미 FIFA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금액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두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진행한 동계 전지훈련 중개료 잔금도 미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성적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데, 선수단 사기는 날이 갈수록 추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서 감독은 주변에 선수단 관리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만으로 가득 찬 팀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청두는 공들여 쌓은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려고 하는 걸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구단 최초 ACL 진출시켰는데…"스태프 자르고, 줄 돈 안주고" 청두 막…
스포츠조선DB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