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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았다" 수석코치 시절 떠올린 정경호 감독, 이정효와의 지략 대결서 웃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5-04-13 22:07


"생각이 너무 많았다" 수석코치 시절 떠올린 정경호 감독, 이정효와의 지…

"생각이 너무 많았다" 수석코치 시절 떠올린 정경호 감독, 이정효와의 지…

[춘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정경호 강원FC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으로 불렸다.

K리그에서는 일찌감치 전략가로 평가받았다. 2012년 대전에서 선수 은퇴한 정 감독은 울산대, 성남, 김천 등에서 코치로 활약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3년 6월 강원 수석코치로 온 정 감독은 윤정환 감독(현 인천 감독)을 보좌해 준우승을 이끌었다. 강원의 변화를 이끈 공격적인 스타일로의 전환과 황문기 이기혁 이유현 등의 포지션 변경이 정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정 감독은 11년 코치 생활을 뒤로 하고, 올 시즌 마침내 사령탑으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초반 기대만큼의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다.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 황문기의 군입대 등으로 눈에 띄게 팀 전력이 떨어졌지만, 핑계대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서 답을 찾았다. 1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8라운드를 앞둔 정 감독은 수석코치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정 감독은 "생각이 너무 많았던게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수석코치였을 때 내 생각을 가감없이 감독님께 전했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하는 자리에 오르면서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수석코치 시절 내가 했던 부분, 마인드 등을 돌아보니, 장고 끝에 악수가 나왔다. 더 심플하게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상대는 K리그 최고의 지략가 이정효 광주 감독이었다. 정 감독은 이 감독과 P급 라이선스 교육을 같이 받은 '절친' 선후배다. 정 감독은 이전부터 이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정 감독은 "이 감독님은 좋은 성과를 내고 계시는 반면, 나는 초보 감독이다. 도전하겠다는 마음으로 붙어보겠다"고 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준비는 철저했다. 전반은 과감한 압박이 포인트였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토종으로만 공격진을 꾸린 강원은 높은 위치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광주의 장점인 빌드업을 막았다. 결승골도 여기서 나왔다. 전반 16분 높은 위치에서 인터셉트에 성공한 강원은 김강국이 오른쪽으로 파고들던 이유현에게 패스를 찔렀다. 이유현이 지체없이 크로스를 올렸고 최병찬이 헤더로 김경민 골키퍼를 뚫고 득점에 성공했다. 최병찬의 강원 데뷔골이었다. 강원은 9일 전북 현대전 후반 44분에 기록한 가브리엘의 득점 이후 무려 319분만에 골맛을 봤다.

강원은 시종일관 광주를 압도했다. 결정력만 좋았다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전반 33분 김경민의 단독 찬스와 35분 이상헌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김경민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힌 것이 아쉬웠다. 후반, 강원은 변화를 택했다. 전반 만큼 에너지 레벨을 유지할 수 없는만큼, 압박 위치를 내렸다. 수비도 스리백으로 바꿨다. 공격은 역습에 초점을 맞췄다. 정 감독의 선택은 주효했다. 강원은 가브리엘까지 투입한 광주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김경민의 발빠른 역습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결국 강원은 1대0으로 승리하며, 3연패의 사슬에서 벗어났다. 정 감독은 "내 장점을 잃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과감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스타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4경기만에 패했다. 이날은 이정효 감독이 퇴장 징계에서 돌아온 날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다.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친 것은 다행이지만, 용기가 없었던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춘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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