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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날 승리로 팬들의 응어리가 풀어졌으면 한다."
이영민 부천FC 감독의 미소였다. 부천이 제주SK를 잡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부천은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후반 39분 터진 이의형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부천은 제주를 처음으로 제압하며,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가 주목을 받는 것은 관중 앞에서 펼치는 첫 대결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더욱이 제주는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제주SK로 이름을 바꿨다. 제주가 연고를 떠나기 전 이름이 부천SK였다. 조용히 칼을 갈던 부천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연고 이전 반대!"를 외쳤다.
경기를 예상대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제주가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부천이 단단한 수비와 역습으로 맞섰다. 후반 13분에는 양 팀 선수들이 충돌했다. 백패스를 가로채려는 과정에서 부천 공격수 한지호와 제주 골키퍼 안찬기가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몬타뇨와 김정민이 몸싸움을 주고 받았다. 양 팀 선수들이 뒤엉키며,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부천이 예상대로 후반 공격 자원들로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멋지게 주효했다. 후반 39분 바사니가 돌파 후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날렸다. 안찬기가 막았지만, 볼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흘러나온 볼을 이의형이 밀어넣었다. 부천은 추가시간 얻어낸 페널티킥을 바사니가 실축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지키며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이 감독은 "우리 팬들에게 뜻깊은 경기와 결과였다. 선수들이 팬들의 염원을 알았다.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새로 들어간 선수들이 잘했다. 이의형, 갈레고, 바사니 투입 시점도 잘 맞았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달라질 수 있었는데, 우리가 예상한대로 흘렀다"고 했다.
이날 경기 승리 의미에 대해 "팬들이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응어리를 풀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틀 뒤 리그 경기다. 기자회견장을 나가면 성남전 생각할 것이다. 차분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날 득점한 이의형과 페널티킥에 실패한 바사니에 대해서는 "의형이는 첫 경기에서 골을 넣고 좋은 퍼포먼스 보였다. 발목 다치는 바람에 몇경기 쉬었다. 좋은 흐름을 이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재활 충실히 했다. 복귀 시기도 빨라졌다. 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컸다. 페널티킥 1번은 바사니다. 다음 경기도 바사니에게 차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역사적인 승리에도 미소짓지 않았다. 이 감독은 "코리아컵이라 큰 퍼센티지가 있지 않다. 우리가 우승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집중 해야할 것은 리그다. 팬들의 응어리를 풀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끝나는 순간은 기쁜데, 시간이 지나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며 "리그 1승과 바꿀 수 있다면 그럴 생각도 있다"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