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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승리' 제주 잡은 부천, 연고이전 응어리 풀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5-04-17 08:48


'역사적인 승리' 제주 잡은 부천, 연고이전 응어리 풀었다
사진제공=부천FC

'역사적인 승리' 제주 잡은 부천, 연고이전 응어리 풀었다
사진제공=부천FC

K리그2 부천FC가 K리그1 제주SK를 잡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부천은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후반 39분 터진 이의형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부천은 제주를 처음으로 제압하며,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두 팀은 악연이 있다. 2006년 SK 축구단은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를 옮겼다. 당연히 부천 팬들은 분노했고, 2007년 부천 연고의 시민구단 창단으로 이어졌다. 두 팀은 2020년 제주가 강등되며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제주가 압도적인 전력으로 3승을 거두며, 승격에 성공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팀은 무대를 코리아컵으로 바꿔, 격돌했다.

이날 경기가 주목을 받는 것은 관중 앞에서 펼치는 첫 대결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더욱이 제주는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제주SK로 이름을 바꿨다. 제주가 연고를 떠나기 전 이름이 부천SK였다. 조용히 칼을 갈던 부천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연고 이전 반대!"를 외쳤다.

이 악연을 지켜보는 양 팀 감독의 온도차가 있었다. 경기 전 만난 이영민 부천 감독은 "팬들이 그만큼 기다린 경기다. 대진이 나온 후 개인적으로 기대를 했다. 오늘 경기는 부천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분명 회자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리그가 중요하지만, 팬들의 염원이 있기에 신경써서 준비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주력 선수들을 대부분 출전시켰다. 바사니, 갈레고 등 핵심 외국인 자원들을 벤치에 두며 후반 승부를 노렸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두 팀의 역사에 대해 신경쓰지 않으려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잘못 이야기하면 이상해진다. 안하는게 좋다"며 "특별하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속도 빼놓고 기량은 별 차이가 없다. 부천이 팀이 단단하더라. 쉽게 무너지는 팀도 아니고, 경기력이나 흐름도 좋다"며 "희한하게 코리아컵이 연장전이나 승부차기에 많이 가더라. 끝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경기를 예상대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제주가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부천이 단단한 수비와 역습으로 맞섰다. 후반 13분에는 양 팀 선수들이 충돌했다. 백패스를 가로채려는 과정에서 부천 공격수 한지호와 제주 골키퍼 안찬기가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몬타뇨와 김정민이 몸싸움을 주고 받았다. 양 팀 선수들이 뒤엉키며,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부천이 준비한대로 후반 공격 자원들로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멋지게 주효했다. 후반 39분 바사니가 돌파 후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날렸다. 안찬기가 막았지만, 볼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흘러나온 볼을 이의형이 밀어넣었다. 부천은 추가시간 얻어낸 페널티킥을 바사니가 실축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 지키며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이날 승리로 팬들의 응어리가 풀어졌으면 한다"고 미소지었다.


부천-제주전, 시흥-화성전 등 2경기를 빼놓고 이변은 없었다. 상위 리그 팀들이 모두 승리를 거뒀다. K리그1의 강호 전북 현대가 K리그2 최하위 안산 그리너스를 맞아 연장까지 가며 고전했지만, 연장에서만 두 골을 몰아친 콤파뇨를 앞세워 3대0으로 승리했다. K리그1 2위 김천 상무도 K리그2의 수원 삼성에 2대0 승리를 챙겼고, 대전하나시티즌, FC안양, 대구FC, 수원FC, 광주FC 등 이번 라운드부터 모습을 드러낸 K리그1 팀들이 제주를 제외하고 모두 웃었다.


부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 결과(16일)

시흥시민 1-0 화성

대전 2-1 강릉시민

김포 2-1 천안

안양 1-0 세종SA

대구 2-0 김해시청

대전코레일 3-0 남양주시민

수원FC 2-1 부산교통공사

광주 2-0 경주한수원

부천 1-0 제주

인천 2-1 평창

전북 3-0 안산

김천 2-0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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