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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후유증? 그런거 없다' 신난 듯 다시 노트북 켠 이정효…"강현아, 광주-알 힐랄 차이를 알았어. 통화하자!"

윤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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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30 06:50


'0-7 후유증? 그런거 없다' 신난 듯 다시 노트북 켠 이정효…"강현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0-7 후유증? 그런거 없다' 신난 듯 다시 노트북 켠 이정효…"강현아…
이강현과 이정효 감독이 나눈 메신저 대화. 출처=이강현 블로그 캡쳐

'0-7 후유증? 그런거 없다' 신난 듯 다시 노트북 켠 이정효…"강현아…
이강현과 이정효 감독이 나눈 메신저 대화. 출처=이강현 블로그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모리뉴' 이정효 광주 감독이 알 힐랄전 참패를 빠르게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일어섰다.

광주 미드필더 이강현은 28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 감독과 최근에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강현은 지난해부터 일기 형식으로 일상을 전하고 축구 경기를 리뷰하고 있다. 축구에 관한 견해도 종종 밝힌다.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알 힐랄과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에서 '기본에도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적은 이강현은 귀국하자마자 이 감독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광주는 알 힐랄전에서 전술, 개개인 실력 면에서 현격한 실력 차를 보이며 0대7로 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0-7 후유증? 그런거 없다' 신난 듯 다시 노트북 켠 이정효…"강현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강현은 "KTX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는 길에 카톡 알림이 계속 울려 (잠에서)깼다. 감독님께서 카톡(카카오톡)을 보냈다. 사우디에서 돌아오신 뒤 좀 쉬시고 이제 노트북을 여신 것 같았다. 영상 여러개와 피드백을 끊임없이 보낸다. 그 말은 전달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거고, 내가 확실하게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인 거다. 카톡으로 글을 쓰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전화를 했다"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강현에게 보낸 대화방에 '우리가 패스할 곳을 정해놓고 패스를 한다면, (후뱅)네베스, (주앙)칸셀루,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는 답을 정해놓지 않고 최고의 선택을 하려고 해'라고 적었다.

이어 광주-알 힐랄전 경기 캡처 사진을 공유하고는 '볼을 뺏은 후 네베스가 어디를 보는지 한 번 봐봐. 그 짧은 순간에도 앞을 보고 연결하려고 해. 정해놓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보고 난 후 결정(하지). 칸셀루도 봐봐. 그리고 정확하게 (패스를)연결하려고 해. 그라운드가 안되면 이렇게 띄워서라도(차지). 기본기는 기본이고ㅋㅋㅋ. 강현이는 정해놓고 패스 - 왠지 사비치가 '그쪽으로 연결해라. 우리가 알고 있는 곳으로 패스해' 이런 느낌이야'라고 적었다.


'0-7 후유증? 그런거 없다' 신난 듯 다시 노트북 켠 이정효…"강현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메신저로는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지, 혹은 손가락이 아팠던 건지, 멈추지 않고 메시지를 날리던 이 감독은 '통화하자. 이건 설명이 필요해'라고 적고는 곧바로 전화를 건 것으로 보인다.

이강현은 "오늘 감독님 피드백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감독님은 '강현아 우리와 쟤네(알 힐랄)의 차이를 알았어. 강현이 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최선을 다해서 넓은 공간으로 갔고, (그건)잘했어. 근데 네베스와 칸셀루를 봐봐. 뺏고 압박당하는 상황에서도 '최고의 선택'을 했어. 이게 우리와 알 힐랄의 차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30초 정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경기 영상을 많이 돌려봤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너무 중요한 걸 일깨워주셨다. 내가 풀이하지 못했던 차이점을 알려주셨다"라고 말했다.

이강현은 "이정효 감독은 우리 팀 감독이어서가 아니라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본인이 부족한 면이 있으면 내려놓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배울 건 배우려고 한다. 감독이라는 위치에서 자세를 숙이고 배우려는 행위는 어려울 것이다. 솔선수범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선수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감독님의 열정 덕분에 우리 선수들은 성장하고, 광주가 성장한다. 감독님도 우리 덕에 본인이 성장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이정효 감독은 참된 리더이고 스승이다. 그리고 이게 광주의 시스템이고 자부심이다"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최선'과 '최고'의 한자 뜻도 공유했다. 이강현이 알 힐랄전을 계기로 '최고의 선택'을 하는 미드필더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 감독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날리지 않았을까?


'0-7 후유증? 그런거 없다' 신난 듯 다시 노트북 켠 이정효…"강현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한편, 이강현은 알 힐랄전에 대해 "다른 선수들의 수준이 높지만, 사비치는 경이로웠다. 기본적인 것에 퀄리티가 높았다. 얼핏 보면 느슨하고 설렁설렁 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었다. 볼이 어디에 있든지 계속해서 주위 상황을 체크한다. 이미 머릿속에 플레이가 그려져있기 때문에 몸에 힘을 빼고 쉽게 '툭툭' 축구를 하더라. 생각의 속도가 빠른 전형적인 축구도사였다. 기본에도 퀄리티 차이가 있음을 배우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과정부터 긴장이 되었다는 이강현은 "7골을 허용해서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경기 중 순간순간 '현타'도 왔다. (하지만)안간힘을 쓰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렇게 수준높은 선수들과 부딪혀보고 (공을)뺏겨도 보고 뺏어도 봤다. 7골을 먹었지만 오히려 순간순간이 재밌었다.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했다. 감독님 말씀대로 기죽지 말고 자양분 삼아 올바르게 성장해야 한다"라고 했다.

광주는 짧은 휴식 후 내달 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1라운드 원정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광주는 10경기에서 4승4무2패 승점 16을 따내며 5위에 위치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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