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아시아 랭킹은 3위, K-심판은 중국에도 밀린다…월드컵 배정도 어려운 현실, 왜?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 축구 심판진의 미래가 여전히 어둡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에 공개한 '2025년 FIFA 클럽월드컵' 심판 리스트에 한국인 심판의 이름은 없었다. FIFA는 오는 6월14일부터 7월13일까지 미국 11개 도시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 41개국 심판 117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주심 35명, 부심 58명, 비디오판독심판 24명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에선 중국(마닝, 푸밍), 카타르(살만 팔라히, 람잔 알 나에미, 마지드 알 샴마리), 아랍에미리트(오마르 알 알리, 모하메드 오바이드 칼판), 우즈베키스탄(일기즈 탄타셰프, 티무르 가이눌린, 안드레이 트사펜코)가 클럽월드컵 심판을 배출했다.
국내 심판계에 따르면 'K-심판'의 클럽월드컵 명단 제외는 예견된 일이다. 심판계 원로들은 '심판을 국제대회에 배출하는 건 개개인 실력의 문제를 넘어 정치의 영역이다. AFC와 FIFA 내에서 대한축구협회(KFA)가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AFC 내 대한축구협회(KFA) 영향력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2013년 바레인 출신 셰이크 살만 반 이브라힘 알 칼리파가 AFC 회장으로 선임된 뒤 12년째 AFC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4번의 아시안컵 중 3번을 중동에서 개최했다. 2022년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렸고, 2034년 월드컵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중동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축구의 중심을 중동으로 옮겼다. 자연스레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등 중동 출신 심판이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3년 아시안컵 결승전 주심은 중국인 마닝이었다. 정몽규 KFA 회장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AFC 심판위원장을 역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심판은 뒷전으로 밀렸다. 현재 AFC 심판위원장은 '카타르 출신' 하니 발란이다.
한국은 강산이 한번 변하는 동안 주요 메이저대회에서 심판을 배출한 적이 없다. 1994년 미국월드컵 박해용 부심, 1998년 프랑스월드컵 전영현 부심, 2002년 한-일월드컵 김영주 주심, 2006년 독일월드컵 김대영 부심, 2010년 남아공월드컵 정해상 부심이 5대회 연속 월드컵을 누비며 한국 심판의 위상을 공고히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부터 일본,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의 심판진에 밀렸다. 위기의식을 느낀 KFA는 브라질월드컵을 마치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배정을 위한 '월드컵 심판 배출 프로젝트' 가동했다. 적정 연령, 심판 평가점수, 체력, 외국어 구사능력 등을 종합해 김종혁(주심)-정해상-윤광열(이상 부심), 김상우(주심)-최민병-양병은(이상 2조) 등 6명의 심판을 집중 관리했다. 하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며 프로젝트는 유야무야됐다. 내년 여름에 열리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도 한국 심판이 배정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축구계 중론이다. 이번 클럽월드컵에 나선 아시아 심판진이 1년 뒤 월드컵에 그대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인걸까? 문밖을 내다보기보단 문안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지난달 대전전에서 물병을 찼다가 퇴장을 당해 2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다. KFA 경기규칙 12조(파울과 불법행위) 3항 '징계조치'에는 '음료수 병 또는 다른 물체를 던지거나 발로 차는 행위'는 '경고'로 규정하지만, 당시 심판진이 규정을 어겼다. 엉뚱한 선수에게 경고를 주고,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가동한 끝에 경고를 취소하는 규정 위반도 발생했다. 이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KFA 심판위원회의 심판 배정, 심판 평가는 암실에서 비밀리에 이뤄진다. 특정 심판진이 특정팀을 살리기 위해 수차례 투입되었다는 의혹도 있다. 오심도 '쉬쉬'하며 넘어간다. 여기에 정몽규 4기의 신임 심판위원장인 문진희 위원장은 '심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 과거 여성심판과 술자리를 했다는 사실이 한 매체의 보도로 재조명을 받았다.
4선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은 심판 지원을 공약했다. 국제 심판 육성지원, 교육 프로그램 시행, 심판 수당 현실화 등이 주요 골자다. 문 위원장과 머리를 맞대고 심판계의 정상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 경기 배정권과 승강제와 직결되는 평가 점수로 현장 심판들을 '컨트롤'하는 악습 타파, 폭넓은 심판 인재 양성, 심판 판정의 일관성 및 투명성 강화, 공정한 심판 배정과 공정한 심판 평가, 새로운 국제심판 발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동시에 기존 인재풀을 총활용해 AFC 내 한국 심판의 영향력도 다시 넓혀야 한다. 중국 출신 마닝 주심이 김종혁 주심보다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나 최근 국제대회의 중요한 경기에서 휘슬을 부는 것이 아니라고 심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2025-04-19 06: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