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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맞는 드라이버로 티샷·남편 조언으로 바꾼 퍼터, '골프여제' 귀환은 그렇게 이뤄졌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3-19 16:52


ⓒAFPBBNews = News1

'골프 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에게 단점을 찾기 힘들다. 장점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조용히 버디를 추가하는 '칼날 퍼트'는 최고의 장점으로 꼽힌다.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이 생긴 이유다.

박인비는 그 동안 말렛 스타일의 퍼터만 사용해왔다. 이 퍼터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8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뱅크 오브 파운더스컵을 앞두고 퍼터를 교체했다. 앤써 스타일 퍼터로 바꿨다. 남편(남기협 코치)의 제안이 있었다. 박인비는 "남편이 이번 주 대회를 앞두고 '그 동안 말렛 스타일 퍼터만 사용하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 미스가 있는 것 같다. 공이 빠져나가는 길을 좀 더 연구할 겸 퍼터를 바꿔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679야드)에서 끝난 뱅크 오브 파운더스컵 4라운드에서 115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라운드별 홀별 평균 1.6개였다. 2라운드를 제외하고 홀별 평균 1.5개를 넘지 않았다.

결국 박인비는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 '백전노장' 로라 데이비스(영국)에 4타차로 제치고 지난해 2월 HSBS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이후 1년1개월 만의 정상에 섰다. 박인비는 "앤써 스타일 퍼터로 교체했는데 치는 대로 공의 움직임이 보여지니 매우 효과적이었다.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기에 남편의 조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신뢰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 19승째를 챙긴 박인비는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박세리(은퇴)가 보유한 25승에 6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이미 7승을 기록, 박세리의 5승은 뛰어넘었다.

박인비는 지난해 8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허리를 다친 후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국내 대회에는 몇 차례 출전해 첫 국내 무대 우승에 도전했지만 부상 여파로 고전했다. 재충전을 거쳐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챔피언십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 복귀전을 치러 공동 31위를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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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딱 맞는 드라이버를 찾은 것도 이번 대회 우승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박인비는 "드라이버 젝시오 10모델로 전지훈련 때부터 연습해 왔는데 방향성, 거리, 타구감 모두 마음에 든다. 나에게 딱 맞는 드라이버를 찾은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선 잘 맞는 클럽 사용으로 시작인 티샷부터 마무리 퍼팅까지 잘 연결되니 스코어가 좋을 수 밖에 없었고 우승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인비는 1번 홀(파4) 버디 이후 10개 홀 연속 지루한 파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끈질긴 기다림은 '골프 여제' 귀환의 열쇠가 됐다. 박인비는 "이날 첫 홀 버디 이후 파 행진이 이어졌다. 샷감이 좋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3라운드 플레이에 비해 다소 실망감도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참고 기다려보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12번 홀부터 퍼트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더욱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경기 중 우승에 대한 생각으로 집중력이 흐려질 것 같아 일부러 리더보드는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박인비는 만 서른이 된 2018년 첫 우승을 맛봤다. 의미는 남달랐다. 그녀는 "20대를 보내고 30대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승이 좋은 신호탄이 된 것 같아 또 감회가 새롭다. 요즘 '워라벨(개인의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던데 항상 신경 써왔던 부분이다. 나의 30대에도 골프인생과 개인의 삶에 있어서 균형을 잘 유지하고 싶다. 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며 30대를 채워나가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 승수를 쌓는 것을 목표로 삼은 박인비는 "시즌 초반 우승을 했으니 좀더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주 기아클래식 포에나 그린에선 퍼트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퍼트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연연하지 않고 경기감을 살리고 첫 메이저인 ANA 대회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향후 메이저 대회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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