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한체육회장"불미스러운 일 유감...체육단체 현실에 맞는 자체재정 확보 위한 규정 정비 필요"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불미스러운 일 유감이고 죄송스럽다. 종목단체가 자립하고 자체 재정을 확충할 모델을 만들어 현실에 맞게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로 논란이 된 '후원금 인센티브 규정'에 대한 공식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14일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천된 선수를 탈락시키고, 다른 선수로 바꾼 A협회에 대한 기관 경고를 요청했다"면서 "또 A협회가 후원 및 기부금에 관한 인센티브를 부당하게 지급한 것과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 중 2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4명은 직무 태만 및 정관 등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 명시하지 않았지만 해당 내용은 지난해 대한탁구협회장 선거, 올해 대한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 유승민 회장 당선을 저지하던 상대 후보들에 의해 수차례 제기된 적 있는 '대한탁구협회' 이야기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협회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후원금 유치의 목적이더라도 '10% 인센티브'는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정관에 위배된다고 판시하면서 '비상근 임원이 무보수로 후원을 유치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수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아간 임직원 2명을 고발 조치하고 임직원 4명에 대해선 인센티브 규정 제정 과정에서 직무를 태만하거나 정관 등 규정을 위반해 인센티브를 받아간 혐의로 대한탁구협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또 협회에 대한 '기관 경고'와 함께 인센티브 3억3500만원 '전액 환수 검토'를 권고했다.
후원금 인센티브 규정 관련 '아무 일도 안하고 정부가 주는 돈만 받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 '후원금 유치를 열심히 하다 일어난 일인데 범죄자 취급은 가혹하다'는 항변과 함께 '악법도 법이다' '자체 규정을 만들어 후원금의 일부를 가져간 건 잘못된 일'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취임, 임기를 시작한 지 3주도 채 안된 유 회장을 향해 체육회장 일부 후보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압박하는 상황까지 나왔고, 유 회장의 해법은 현장 소통을 통한 정면돌파였다. 16일 이른 아침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았다. 자율 새벽훈련 직후 가장 든든한 지지기반인 국가대표 지도자들을 만나 오찬, 차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했다. 이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종목단체장들과 첫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각 종목 선거에서 당선된 후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은 각 종목 회장, 부회장 등 임원진이 진천에 모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와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유 회장은 "앞으로 4년간 종목 발전, 선수, 지도자, 생활체육 동호인, 학생선수까지 종목별 발전을 이끄실 회장님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대한체육회가 열심히 서포트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첫 인사를 전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우리 선수들의 분투와 각 종목단체들의 괄목할 만한 지원과 헌신 발품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오늘 우리는 달라진 시대, 스포츠의 혁신과 변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며 향후 4년간 함께 만들어나갈 한국 체육의 현재와 미래를 짚었다.
유 회장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조직 개편을 통해 마케팅실을 회장 직속으로 넣었다"면서 마케팅과 재정자립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언급했다. "대한체육회의 재정 자립도를 따지면 작년 86억원 밖에 안된다. IOC는 한해 3조원을 번다. 올림픽이라는 플랫폼 하나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낸다. 이 수익의 90%를 206개 NOC, 각 경기단체, 선수, 지도자에게 예산으로 골고루 재분배한다"면서 "대한체육회 예산은 큰지 몰라도 자체적 수익활동은 적었다. 여기 계신 김병지 부회장이 계신 대한축구협회(KFA) 10분의1밖에 안된다"고 했다. "자체수익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공약도 했지만 제약이 있다.대한체육회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고, 모든 조건들이 공공기관 형식에 맞게끔 이뤄지게 된다. 제 그림을 크게 그렸다가 하나씩 제약에 따라 쳐냈고, 남은 파이를 어떻게 극대화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쉼없이 국회, 문체부, 유관기관을 두드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제도적 취약점을 체육 현장과 현실에 맞게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중"이라고 털어놨다. "새로 출범한 스포츠개혁TF에서 다양한 사업에 대한 설명도 드릴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정체된 체육기관이 아니라 능동적 종목단체와 소통을 통해 종목단체, 체육계 현실에 맞도록 규정을 재정비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삿말 말미에 그는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어제, 그제 뉴스를 보셨겠지만 이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사드리게 돼 유감이고 죄송하다"면서 "저도 여러분과 경기단체장을 5년 했다. 경기단체 현실이 녹록지 않다. 후원이 풍족한 단체가 있는 반면 회장이나 집행부가 '원맨쇼'하며 발품 팔면서 후원을 유치해야 하는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기본적인 사무처 유지비, 훈련육성비는 지원되지만 나머지 유소년, 선수들, 지도자들, 생활체육 동호인, 체육 발전을 위해 마케팅, 수익활동이 절실하다. 물론 그런(규정) 부분을 잘 못챙긴 건 저의 실책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위축이 된다면 규정들을 돌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마케팅 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했다. "회장 연임하신 분들도 있고 새롭게 하신 분도 계시지만 급여나 판공비 하나 없이 모두 소처럼 일해 종목단체를 위해 헌신하는 분을이다. 돈, 시간, 인맥 다 활용해 종목단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저도 5년간 그렇게 했지만, 이런 실책도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늘 종목단체들의 고견을 잘 듣고 저희가 개선할 것은 개선하겠다. 마케팅 활동에 대해 음지로 숨을 게 아니고 양지로 나와서 종목단체들이 자립하고 독립하고 자체재정을 여유있게 확충하는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서 역제안해야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책임질 것은 책임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칫 잘못하면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을 더 면밀히 검토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 정책을 만들고 규정을 정비해 종목단체 발전을 위해 제재나 제약 받지 않게, 물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5-04-16 12: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