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을 뜻하는 이 말은 그만큼 밥의 중요성을 대표하는 표현이다.
이런 밥의 맛과 향, 외관 등을 살펴보고 잘된 밥인지 못된 밥인지를 가려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밥 소믈리에'.
국내에서 밥 소믈리에로 활동중인 사람은 대략 70명 정도로, 이색직업군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밥 소믈리에는 어떤 직업이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미래 전망성 등에 대해서 현직 밥 소믈리에로부터 그 궁금함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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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로 지은 밥이 우리나라의 것 보다 더 맛이 좋다는 것은 이젠 옛말."
국내에서 밥 소믈리에로 활동중인 이미영씨(쿠첸 파트장)는 일본과 우리나라 쌀을 비교한 밥맛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자 이처럼 강조했다.
이 파트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의 밥솥과 쌀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환경과 국민들이 선호하는 밥맛, 용도에 맞는 품종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밥솥의 성능도 일본을 뛰어넘을 만큼 성장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쌀과 밥솥은 일본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밥 소믈리에는 쌀과 밥맛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또는 개발자로 표현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쌀 소믈리에' '밥 감별사', '쌀맛 지킴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쿠첸 1호 '밥 소믈리에'인 이미영 파트장은 올해 1월 쿠첸이 출범한 '밥맛연구소'에서 전기압력밥솥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약 10년간 밥맛에 대해 연구해 온 이 파트장은 지난 2018년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는 "밥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 쿠첸의 밥맛 알고리즘 설계에 관한 업무를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진행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기준 국내에 약 70여명이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밥솥회사, 식품회사 등에서 연구·개발자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밥 소믈리에 자격 시험은 국내에는 없고 일본 공익사단법인 '일본 취반 협회'에서 주최하는 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얻는다.
자격 시험은 1년에 한번 진행되며 일본어로 모든 강의와 시험이 이뤄진다.
단,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번역된 시험지를 배포해준다. 1차 필기와 2차 실기를 거치게 되는데 1차 필기시험에서는 정미 기술, 쌀, 취반의 과학 등의 쌀과 밥에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에 대해 평가시험을 실시하며, 2차 실기 시험은 품종별 쌀밥의 관능평가를 진행한다.
매년 200여 명이 응시하는데 합격률은 50~60%정도. 응시자 대부분은 아시아권 식품·급식·가공회사 직원이나 연구원, 또는 업장 운영자 등이다.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쌀에 대한 지식(농업, 종자, 재배 등)과 쌀의 가공, 취반의 과학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자격증 취득 뿐만 아니라 '섬세한 미각 능력' 역시 밥 소믈리에가 갖춰야 할 요소이다.
이 파트장은 "소믈리에 자격증만으로 취업을 한다기 보다는, 식품회사 등 관련 업계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취득하는 자격증이다. 다만 이 시험에 합격하면 승진이나 관리자로서의 기회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밥 소믈리에만으로 연봉이 책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별·직무별에 따라 연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쌀알 표면이 변색되지 않은 매끈한 것이 좋은 쌀"
밥 소믈리에로서의 직업적 매력은 삶의 주요 부분 속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꼽힌다.
이 파트장은 "우선은 우리나라 문화와 생활에 밀접하고 친근한 부분이 있어 연구개발을 하는 과정이 유익하고 즐겁다"면서 "밥을 빼고는 우리나라의 '식(食)' 생활자체를 이야기 할 수 없는 만큼, 꼭 필요한 연구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미래 발전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파트장은 "아무리 과학이 발전된 고도의 미래사회라고 해도 먹거리에 관한 부분은 끊임없이 연구되고 새롭게 개발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쌀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쌀의 가공과 활용 등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분야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양화 되는 만큼 소믈리에의 영역도 그만큼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밥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쌀 고르는 요령과 밥 짓기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좋은 쌀을 고르는 것은 좋은 밥맛과 직결되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이 파트장은 "도정한지 2주 이내의 싸라기(부서진 쌀, 부스러기 등)가 없는 쌀로, 쌀알의 표면이 손상되거나 변색되지 않은 매끈한 것이 좋은 쌀"이라고 조언했다.
쌀 구입후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습기가 많은 곳은 벌레가 생기기 쉬우며 쌀에서 냄새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쌀 보관용기에 밀폐해 곡류보관용 냉장칸 등에 보관하는 것도 좋다.
쌀을 씻을 때 첫물은 쌀겨 냄새가 배지 않도록 빨리 헹궈야 한다. 이후 쌀알이 깨지지 않도록 살살 밥 물이 투명할 때까지 깨끗하게 씻고 밥을 하는 게 훨씬 찰기가 돌며 맛있고, 보온을 했을 때 냄새(이취)도 덜 난다. 쌀 불리기는 보통 여름엔 30분, 겨울엔 1시간 정도 불려주는 것이 좋다. 다만 이 과정은 압력밥솥, 햅쌀로 취사하는 경우엔 생략해도 된다. 밥 물은 사용하는 밥솥 수위 선에 맞추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며, 묵은 쌀일경우 사용하던 눈금선부터 계량컵에 약 반컵 정도 물을 더 넣고, 햅쌀의 경우 사용하던 물 수위 선에서 약간 아래로 물을 덜 넣어주면 질지 않고 찰기 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냄비 밥은 불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며, 불 조절이 중요다.
냄비 밥은 쉽게 넘치기 때문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끓을 때까지 강불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이고 용량에 따라 약 10~15분 정도 가열 후, 불을 끄고 약 10~15분 정도 뜸을 들이면 된다.
이 파트장은 직무 특성상 하루 총 10~15회 정도 밥맛을 본다.
그녀는 "쿠첸 밥맛연구소에서는 하루에 20㎏ 쌀 약 4포대 정도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 달에 약 1.6톤의 쌀을 소비한다. 이는 잡곡을 제외한 백미 사용량으로, 쌀 1인분 150g 기준 약 1만인 분 가량인 셈이다.
한편, 밥 소믈리에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이 파트장은 "밥에 대해 쌀의 태생부터 성장, 가공, 보관, 취반의 과학적 원리 등 전반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관심 있다면 일본어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 일본어로 된 책으로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요즘은 번역기도 잘 되어 있으니 해볼만 한다"면서 "도전하지 않으면 새로운 영역에 대한 기회조차 찾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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