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삭감을 둘러싸고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종사 노조 고통분담에 나섰으나, 회사는 일방적 급여 삭감으로 답해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회사 경영 위기에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임금의 25%를 자진 삭감하기로 결정, 회사에 먼저 제안했다. 이에 사측은 무급휴가를 권장했으나 노조측의 임금 자진 삭감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난달 24일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에게 2월분 급여를 실수령액의 40%만 지급했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은 이같은 삭감안에 대해 사전 논의는 커녕, 단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조는 "임금 삭감 합의안 마련을 위해 사측과 특별교섭을 진행했을 때에도 임금 연체 관련 내용은 오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사전 고지 없이 월급날 기습적으로 40%나 삭감된 2월 급여를 지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4일에는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자신을 현재 이스타항공에 재직중인 임직원이라고 밝힌 A씨가 팀장회의에서 3~4월 월급 또한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3~4월 월급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팀장회의에서 다른 주제로 회의를 하다가 회사 상황에 대해 잠시 이야기가 나온 것일 뿐이다.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를 비롯한 사내여론은 이스타항공의 이러한 조치는 직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글에서 A씨는 "급여를 줄 형편이 안되면 사전에 미리 공지하는게 맞다. 그래야 회사든 개개인이든 대비를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경우 현재 게시판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묵묵부답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죽하면 직원들 사이에서 다른 일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달동안 쉬게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 노동부에 진정서를 낸 직원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현재 2월 급여 중 미지급된 급여에 대해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지분취득예정일인 4월 29일 전 언제까지 지급하겠다는 말도 명확하게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과 함께 노조와 합의한 3~6월 임금 25% 삭감 건의 시행여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고용보험도 미납 사실 통보 안해…'거짓' 월급명세서 배부
이스타항공은 임금 외에도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에 관련해서도 1~2월분을 미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직원들에게 아무런 공지가 없던 것으로 드러나 더 큰 논란을 야기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두 달여간 해당 항목이 공제된 것으로 명시된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그러나 사측은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을 실제로는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일부 직원들이 납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나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국민연금의 경우 매달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며, 직장가입자는 보험료를 사업장과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이때 회사가 보험료를 미납하면 그 기간 동안 해당 근로자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원천징수금의 미납은 개인의 금융기관 대출 중단, 사회보험 적용에 문제 발생 등 피해가 크다.
특히 이번 일은 상황에 따라 횡령·배임이나 사익 편취 등으로 이어져 향후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노조는 현재 "즉각 미납액을 납입해 위법사항을 해결할 것을 사측에 강력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내 비난 여론 또한 들끓고 있다. 아무리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미납한 행위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욱이 사실과 다르게 월급명세서를 작성해 직원들을 속인 것에 대해서 최종 책임자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이스타항공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보니 납부 지연이 된 것으로 빠른 시일내에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2월분은 아직 납부기한이 남아 있는 상태로, 1월분 먼저 곧 납입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결정한 제주항공의 추가 자금조달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2일 제주항공은 이사회를 열어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8일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430억원은 지분 취득예정일자인 4월 29일에 전액 납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경영 정상화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제주항공 입장에서도 이스타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 6곳 사장단은 지난달 28일 "지금 LCC는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어떠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에 조건 없는 긴급 금융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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