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로 입학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학교 수업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등 걱정이 많아진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정의된 임상양상으로, '어금니·앞니 저광화(MIH, Molar-Incisor Hypomineralization)'라고 하며 한 개 혹은 다수의 제1대구치(첫번째 큰 영구치 어금니, 총 4개)에 발생하는 법랑질(치아의 제일 바깥층) 저성숙을 일컫는다. 특히 제1대구치와 전치(앞니)는 비슷한 시기에 발육하기 때문에 제1대구치가 법랑질 저성숙을 보이는 경우, 전치에도 그 양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발생 빈도는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어린이 중 10% 이상에서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출생 직전의 임신 말기부터 3세 이전까지 발생한 전신적인 원인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조산, 상기도질환, 천식, 중이염, 편도염, 수두, 홍역, 풍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어금니·앞니 저광화 증상을 보이는 치아가 잇몸을 뚫고 올라와 반대편 치아와 맞닿게 되면 씹는 힘에 의해 쉽게 부서져 나갈 수 있다.
만약 저성숙 부위가 경미한 경우에는 그 부분을 제거하고 통상적인 레진 치료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이때 저성숙 부위가 남아있는 경우에는 레진이 치아에 제대로 붙어있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떨어져버리는 등 적절하지 못한 치료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약 부위가 광범위하거나 치아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경우에는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크라운으로 씌우는 치료가 추천된다.
그러나 성장기의 어린이는 턱뼈와 잇몸뼈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이에 따라 교합(위·아래 치아의 맞물림)과 잇몸의 위치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성인에게 시행하는 크라운 치료는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흔히 '은니'라고 부르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금속 크라운을 사용해 치료한다.
서울대치과병원 김영재 진료처장(소아치과 전문의)은 "이때 사용하는 금속 크라운은 기성품이며 크라운 치료를 위해 본래의 치아를 깎아내는 양이 적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의 치아를 보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잇몸을 뚫고 막 나온 치아에 사용하더라도 쉽게 떨어지지 않으며 재료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씹는데 불편을 주거나 맞은편 치아를 마모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며, "단, 씹는 힘이 강할 경우에는 금속 크라운 자체가 마모되거나 성장에 따른 잇몸선의 변화로 인해 다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후에는 주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 이후 성장이 종료되어 교합과 잇몸의 위치가 안정되고나면 금이나 도자기를 이용한 통상적인 크라운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치과병원 송지수 교수(소아치과 전문의)는 "영구치가 나오는 시기의 어린이라면 치과에 방문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으며, 부분적으로 저성숙 부위가 있더라도 꾸준한 칫솔질과 식습관 조절을 통해 올바른 예방·관리가 된다면 치아를 잘 유지할 수 있다"며, "다만 단단한 음식을 깨물어 먹는 것은 치아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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