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대우건설, 입주 막 시작한 아파트 천장-벽에서 물이 새는 대규모 하자 발생 '매각에도 악영향?'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0-09-24 08:37


한 때 국내 '5대 건설사'였던 대우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단지에서 대규모의 하자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의 전체 1500여 세대 중 절반 정도에서 하자가 접수된 것.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는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의 교육특화 지구인 오룡지구에 들어선 대규모 단지로서, 특히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가 들어서는 만큼 분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지난 7월 입주가 시작되자마자 수백여 세대에서 하자 문제를 호소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온라인 지역 카페 등을 중심으로 브랜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5년 간 주택 하자와 관련해 분쟁 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로 지목되는 등 부정적인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 하자 이슈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결과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좀처럼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는 매각작업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체 1531 세대 중 절반가량에서 하자 발생…그러나 "다른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서도 물 새는 곳 많다"는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오룡지구 최고의 입지를 갖춘 곳에 최대 브랜드타운으로 조성되는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는 남악신도시를 대표하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또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푸르지오의 그린 프리미엄 상품이 적용돼서,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비롯해 난방에너지 절감 시스템 등 온도·조명을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스위치 등이 설치되는 점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는 지난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입주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민원이 제기됐다. 총 1531세대 가운데 700여세대가 천장과 벽에서 물이 새고, 곰팡이가 생겼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 최첨단 그린 프리미엄 상품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무안군청 홈페이지에도 하자에 대한 피해와 막막한 심정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 입주민이라 밝힌 글쓴이는 "많은 세대의 벽지가 젖어있어서 손으로 만지면 물이 뚝뚝 떨어졌다. 바닥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어서 가구나 가전을 들여놓을 수 없고 입주 청소 자체도 불가능할 정도였다"며 "물이 언제부터 고여있었던 건지 일부 세대에서는 곰팡이가 생긴 곳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입주민들이 물에 젖은 벽지를 걷어내보니 벽지 안쪽으로 빈 틈이 있었으며, 속이 텅 빈 곳 위에 벽지만 덮어놓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측은 "긴 장마가 이어진 것과 더불어 오랜 기간동안 건물 안팎의 온도차가 발생해 결로가 생긴 것"이라며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 세대 수를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모든 세대가 물이 새고 곰팡이가 생겼다고 민원을 낸 것은 아니다. 문이 제대로 열리거나 닫히지 않는 등 사소한 민원도 포함됐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다른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서도 물이 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 단지에서 발생한 하자는 흔한 일이다"라며 "절대 부실시공은 아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입주민의 불만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아파트에 하자가 있어도 집값이 떨어질까 쉬쉬하는 게 대부분의 입주민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입주민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아파트 하자를 외부에 알리고 있다. 현재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 입주민들로 구성된 회원수 1980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하자를 숨기지 않고 보상을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 단지의 입주 기간은 이번 달 말까지로, 모든 세대가 입주를 하게 되면 앞으로 더 많은 하자 신고가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 측에 따르면 현재 전체 세대 중 60%만이 입주를 완료한 상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2016년에도 자사가 시공한 대규모 단지에서 자재 문제로 인해 1412건의 민원이 발생했지만 현재 하자보수를 모두 완료한 것처럼,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 단지에서도 하자 발생 원인을 계속해서 찾고 보수공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로선 장마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수공사 외에도 하자로 인한 피해보상과 보수공사 완료 시기 및 하자 재발생 시 추가 보상 등과 관련해서는 입주민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입주민에게 불편을 초래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조속한 하자보수 작업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내로 조치가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입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그것도 여러 세대에서 물이 새는 것을 '흔한 하자'로 치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우건설 측의 해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주를 앞둔 일부 세대에선 "현재 누수 원인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답답하다. 믿고 입주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우건설, 건설사 '톱5'에서도 밀려나…매각작업도 계속 '제자리 걸음'

대우건설은 노동계가 꼽은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4월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꾸려진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20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조치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하청업체의 산재를 합산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대우건설에서는 지난 한 해 총 7명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2010년 13명, 2013년 10명의 노동자가 숨져 이미 최악의 살인기업에 2차례나 꼽혔다.

여기에 최근 오룡 에듀포레 푸르지오에서 대규모 하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우려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실 대우건설은 이미 지난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하자 분쟁 건수 1위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6월 말까지 대우건설에 3362건의 하자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다음으로 분쟁이 많았던 SM우방(790건)보다 4배 이상 많은 건수다.

한편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에서 밀리며 '5대 건설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시공능력평가는 국토교통부가 전국 건설사를 대상으로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매년 7월 말 공시하는 제도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2019년 시공능력 평가액 9조931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던 대우건설은 올해에는 8조4132억원으로 감소하며 한 단계 내려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KDB산업은행을 대신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대우건설을 둘러싼 잡음은 법적 책임이나 잘잘못을 떠나,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0년 KDB산업은행에 인수됐다. 2018년에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으나 무산됐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이후 대우건설의 매각을 KDB인베스트먼트에게 맡기고 있으나 현재까지 매각작업은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아직 대어는 없다" 7파전 신인왕 경합...팀성적도 고려대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