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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분위기 '뒤숭숭'…차기 구축함 사업 내정에 '불공정' 비난 이어져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0-11-06 07:49


현대중공업이 안팎으로 뒤숭숭하다.

근무조건을 놓고 노사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가하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우선협상대상자 내정과 관련해 잡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일부 직원들이 군사기밀을 빼돌린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차기 구축함 사업 내정에 "불공정" 비난 이어져

최근 현대중공업은 이른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사업' 기본설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됐다.

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해군 핵심전력으로 운용할 전투함을 확보하기 위해 총 7조 8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기본설계 사업비 규모는 약 200억원이다.

이 사업은 2021년 하반기까지 기본설계를 끝내고 2024년부터 건조에 착수할 계획이다.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KDDX 기본설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을 지정 보고할 예정"이라며 "연내 계약 완료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경쟁사의 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해당사업 수주에 성공했다는 것은 상식밖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사청은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수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확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했다"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하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2013년 개념설계 자료를 현대중공업이 불법으로 취득한 뒤 이번 제안서 작성에 활용해 입찰이 공정하지 않았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보다 0.0565점을 더 받은 것에 대해 점수 평가에 오류가 있다"며 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확인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대우조선해양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점수 평가에 오류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이유가 없다'. 또한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는 사실은 인정되나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를 이번 사건 입찰에 활용했는지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입찰의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되어 무효가 되었다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13년부터 다음해까지 해군 간부 등과 짜고 대우조선해양의 개념설계안 등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군 검찰과 울산지검에 의해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일단 한고비를 넘은 셈이다.

하지만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다음 절차인 '상세설계 사업자' 선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유죄를 선고받게되면 앞으로 남은 다른 입찰 참여 건에서 감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와 관련해 정치권·노동계·시민단체 등은 "불공정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지난달 20일 열린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유출된 기밀의 활용여부와 상관없이 유출 그 자체로 공정성이 상당히 훼손된 만큼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무관하게 재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당의 민홍철 의원 역시 "불법적인 군사기밀자료 유출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방위사업청은 불법 유출된 KDDX 관련 군사기밀자료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향후 공정한 사업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은 "훔친 기술로 사업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현대중공업은 국정감사에도, 법원 판결에도 끄떡 없었다"며 "사법부는 기술탈취 및 편파판정에 따른 대우조선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면죄부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산비리에 대해 정부는 엄중 처벌해야 한다"면서 "KDDX군사기밀 유출에 대해 진상 규명과 함께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현대중공업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향후 방사청의 절차를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외출·조퇴 제도 마찰…노조 "근로 조건 후퇴"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사는 외출·조퇴 제도를 놓고 마찰하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일부 남용됐던 외출·조퇴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조합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중이다.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사측은 새로운 '개인용무신청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기존 최소 4시간 단위로 사용하던 연월차를 최소 2시간 단위로 바꾼 '반반차'를 도입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측은 "지난해 현황 조사 결과, 조퇴를 매월 1회 이상, 외출을 매월 3회 이상 사용한 직원도 있었다"면서 "과거에는 병원에 간다며 6개월간 매일 2시간씩 외출했던 직원의 실제 진료기록이 단 3회 밖에 없어 중징계한 사례도 있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일부 사례를 들어 전체 노동자 근로 조건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개인용무신청 제도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도 시행을 알렸다"며 "회사가 철회하지 않으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꾼 것(불이익변경)으로 보고 고용노동부에 진정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회사는 확인되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듣고 반반차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한다"며 "회사는 진정한 상생과 협력을 바라고 있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의 남용을 막고 건전한 근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근 개인용무신청제도에 대한 사용 기준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현대중공업은 최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우선협상대상자 내정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 등은 "기밀을 유출해 수주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라며 연이어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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