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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구조조정'에도 실적 부진 한국씨티은행, 한국 떠나나…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1-02-25 08:03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검토'가 국내 금융권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한국씨티은행의 실적 부진과 소매금융(리테일) 축소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씨티은행이 점포 수를 대폭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실적은 내리막인 데다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매각 수순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또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점포 줄이고 소매금융 축소…'체질 개선' 아닌 '철수 수순'?

지난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태국, 필리핀, 호주에 앞서 가장 먼저 거론됐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2014년 대규모 점포 통폐합 발표 이후 여러 차례 불거졌던 '철수설'과 달리 이번에는 국내외 상황이 '철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국의 규제'가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최근 수년간 소매금융 비중을 축소하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쪽으로 무게추를 옮겼던 '체질 개선' 행보가 제대로 결실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6년 133개였던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수는 현재 39개에 불과하다. 고객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2017년 1.9%였던 씨티은행의 잔액 기준 국내 대출시장 점유율이 2019년 1.63%로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임 박진회 행장이 조기 퇴진하면서, "박 행장이 주도했던 대규모 영업지점 감축 효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매금융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수반되지 않으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점포수가 40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씨티은행의 리테일 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10억원으로, 전년 동기(2600억원)보다 38.0% 급감했다. 지난 2018년 3078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2019년 2941억원으로 4.4% 감소한 데 이어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 2016년 2.57%였던 순이익 기반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 기준 1.38%로 반토막이 났다.

한국씨티은행이 리테일 사업 비중을 줄이면서도 '대세'인 디지털 신사업에는 발빠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철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허가 신청서를 내지 않는 등 신사업 진출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도 비교된다는 것.

이와 함께 지난해 취임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가 지난 2015년 중남미 지역 책임자로 있던 당시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의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을 매각한 바 있어 이번 아태 지역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은 본사의 공식 입장 외에는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씨티그룹 본사는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신임 CEO가 밝힌 바와 같이, 씨티는 각 사업들의 조합과 상호 적합성을 포함하여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면서, "다양한 대안들이 고려될 것이며, 장시간 동안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 배당 축소 여부 관심…'매물로서의 매력'은?

이처럼 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이 불거진 상황에서 모회사에 대한 '고배당'으로 국부 유출 논란을 빚어왔던 배당 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권고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 비율) 20% 이내로 축소'를 씨티은행이 수용할 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당국은 지난달 말 국내 5대 주요 은행에 대한 배당 자제 권고시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도 공문을 보내 올해 6월 말까지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씨티은행 측은 이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배당성향은 다음달 열리는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결정된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2018년에는 자본 효율화를 위해 8116억원을 중간배당함에 따라 총 배당액 9341억원, 배당성향 303.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배당성향(대손준비금 반영 후 기준)은 2017년과 2018년에 35%에 달했다. 2019년에는 배당액과 배당성향이 652억원, 22.2%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해마다 미국 본사에 거액을 보냈던 만큼 섣부른 철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가져갈 만큼 가져간 것 아니냐"며 철수를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한국씨티은행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흥행'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씨티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일괄 매각보다는 소매금융 별도 매각을 원하겠지만, 인수 주체를 찾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국내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상당히 진행한 상태에서 굳이 리테일 부문을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씨티은행 지점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만큼, 지방은행 등에서 관심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핀테크 쪽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적용되는 규제 등이 다른 만큼, 매력적인 매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씨티은행이 매물로 시장에 나오더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핀테크 업체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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