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조트업계가 위기다.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고, 기존 생존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전과 180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해법을 마련하냐에 따라 기업은 지속 가능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이다. 경영 승계를 앞둔 곳이라면, 2~3세의 후계구도 완성을 위해 풀어야 할 경영능력 검증의 잣대로 활용될 수 있다. 다가오는 위드코로나 시대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호텔·리조트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편집자 주 >
"골퍼(golfer)를 잡아라"
골프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가장 손쉬운 고객 유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지역 경제활성화를 내세우며 지자체 중심의 골프장과 리조트 간 연합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리조트업계가 과거 가족 중심 휴양, 단체 및 기업 대상 MICE(대규모 행사)에 주력했던 것에서 벗어나 변화된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새로운 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직전 인수 '신의 한 수'…호황 지속성 확보는 숙제
오크밸리리조트(오크밸리)의 운영사는 HDC리조트다. HDC리조트는 HDC그룹(HDC) 계열사로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 아이파크콘도 등을 운영하며 그룹 내 레저 사업을 맡고 있다. HDC는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2019년 중순 무렵 오크밸리를 한솔그룹(한솔)으로부터 인수했다. 한솔은 1998년 스키장과 골프장, 숙박시설을 갖춘 오크밸리를 개장했지만 기대와 달리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고, 오크밸리는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HDC로 적을 옮긴 이후 달라졌다. 적자 폭을 줄이며 수익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가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게 리조트 업계의 평가다.
오크밸리는 리조트업계 중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적게 본 곳으로 분류된다. 애물단지로 분류됐던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덕이다.
골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표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기존 골퍼들은 해외 골프장 방문이 어려워지자 국내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답답한 실내 대신 실외 활동을 즐기기 위해 골프에 입문하는 골린이(초보골퍼)도 급증했다.
골퍼의 증가는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오크밸리의 지난해 매출은 825억3000만원이다. 2019년 945억6000만원보다 10% 가량 줄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리조트업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30%가량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이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손실 규모를 큰 폭으로 줄였다.
오크밸리는 숙박이 가능한 콘도를 갖추고 있어 골프장 관련 수익 외에 추가적인 객실 판매 수익 등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높아진 점, 골프장 그린피 인상 등도 일정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레저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골프장 샤워실 이용이 어려워 개인 정비 등을 위해 리조트에 머무르며 18홀이 아닌 1박 36홀을 라운딩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크밸리는 현재 회원제 골프장인 오크밸리CC(36홀), 오크힐스CC(18홀), 대중제 골프장인 오크크릭GC(9홀) 등 총 63홀을 운영 중이다. 28홀의 대중제 골프코스 추가를 위한 공사를 진행, 2023년에는 국내 최초로 90홀 골프코스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지속적인 수익성 확대를 위한 움직임도 다른 리조트보다 앞서있는 셈이다. 스키장 사업 철수를 바탕으로 골프장 사업 확대 등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골프장 중심 운영 계획 전반에는 정몽규 HDC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오크밸리를 자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지나치게 골프장 중심으로 치우친 오크밸리 운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골프장이 지금 같은 호황을 꾸준히 이어갈지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집단면역 달성을 앞두고 다음달 본격 '일상으로의 회복'이 시작되기 때문. 또 방역 우수 국가 간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트래블 버블)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해외에서 리조트와 골프장을 이용하는 '격리 골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격리골프에 나서는 이들의 면세점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겨울철이 되면 동남아, 괌-사이판 등 트래블 버블지역으로 떠나는 골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Z세대 니즈 반영 콘텐츠 강화 필요…"독립 객실 등 마련" 노력
2030세대 신규 골퍼가 증가한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MZ세대 특성상 골프에 대한 관심이 다른 분야로 옮겨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초기 젊은층을 중심으로 등산이 인기를 끌었으나 주춤하고, 최근 테니스에 대한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선 리조트 선택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객실 컨디션과 부대 시설 편의성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목격된다. 숙박 가격의 가성비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만 리모델링이 되지 않은 오래된 객실, 용품 청결도, 골프장 관련 콘도에 집중된 부대시설 이용의 불편함 등이 대부분이다. 리조트의 핵심인 숙박과 연결되는 사안들이다. 리조트 내 즐길거리가 적고 이용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조트업계의 본질인 숙박 관련 서비스 경쟁력 확대, 개인의 성취감에 지갑을 여는 지역 상생 차원의 착한 소비·가치 소비 콘텐츠 발굴,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특성을 반영한 독립공간 확보 등 지속적인 고객 충성도 확보 차원의 콘텐츠 발굴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크밸리는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오크밸리 관계자는 "소도시 여행, 프라이빗 여행에 대한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대관으로만 운영되던 3층 독채 피에트 분 하우스를 숙박이 가능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셰프의 맞춤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 만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키장 사업 철수설과 관련해서는 "올해 스키장 시즌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말로 부인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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