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효자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편의점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치솟는 물가로 인한 가격 인상 압박에 누가 먼저 백기를 들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일본 경제주간지 '니케이 비즈니스'에 따르면, 일본 유통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 속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PB상품 가격 동결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이달까지 PB '탑 밸류' 약 5000품목의 가격 동결 초강수를 두고 있는 아시아 최대 유통그룹 이온과 여기에 맞불을 놓은 다른 업체들의 '출혈경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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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매장에서 '취급 품목수(SKU·Stock Keeping Unit)' 관리가 중요한 편의점 업계에서는 한동안 가격경쟁력을 강조한 PB상품 수를 늘리기보다 콜라보레이션 기획 등 '차별화 제품'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최근 물가 급등으로 인한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인상)'에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급증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제조사 고유 브랜드인 NB(National Brand)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상품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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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저가 PB상품 확대에 웃을 수만은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편의점 매출의 PB상품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 인상 저지선이 무너지면 타격도 커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PB상품은 전체 편의점 아이템의 25% 가량을 차지하지만, 매출 비중은 35%를 상회한다. PB상품 매출 비중이 20% 이하인 대형마트들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편의점 업계에서 자사 대표 브랜드로 상징성이 큰 PB상품 가격 인상은 '최후의 보루'다. 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의 경우 통상 가장 늦게까지 버티다,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귀띔했다.
PB상품 대부분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인 만큼, 제조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가격 버티기'가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가인상 부담은 있지만, 마케팅 및 제반 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인상 억제 및 지연이 가능하다"면서도, "제조사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 가격 인상을 마냥 피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청업체로부터 편의점 도시락 제품 등을 납품받으면서 갑질을 한 의혹을 받는 GS리테일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PB상품 제조 위탁 하도급사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장려금을 수취한 혐의로 공정위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논란이 PB상품 가격 동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들이 대량 매입과 직소싱 확대 등을 통해 가격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언제까지 PB상품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6%대 물가 상승률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편의점 수가 5만개를 넘으면서, 경쟁은 점포 수에서 매출 경쟁으로 넘어간 상태"라면서, "편의점들의 PB상품 '치킨레이스'에서 누가 승자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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