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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눈꽃 즐기는 겨울 산행…평창에는 특별한 게 있다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3-01-31 04:19 | 최종수정 2023-02-01 08:18


트레킹이나 산행을 조금 다녀 본 사람이라면 로망이 있다. '겨울 산행'이다. 흰색의 눈이 만들어 낸 '설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진다. 건강관리는 덤이다. 그러나 겨울산행은 쉽지 않다. 미끄러운 산길을 걷는것은 고난의 행군에 가깝다. 아이젠을 착용하면 조금의 도움은 받을 수 있겠지만 주변 사람을 챙기며 걷다 보면 누군가는 숨이 턱턱 막힐 게 뻔하다. 그렇다고 설경을 포기하기엔 겨울이 길다. 그래서 준비했다.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있는 겨울 산행 팁을 소개한다. 최대한 적은 노력으로 최고의 설경을 볼 수 있는 곳, 평창에는 특별한 게 있다.


가족과 눈꽃 즐기는 겨울 산행…평창에는 특별한 게 있다
◇발왕산 정상까지는 모나파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정상에는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가 있어 설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사진제공=모나파크 용평리조트.
▶모나파크부터 시작, 정상까지 20~30분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산세가 아름다워 뛰어난 절경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겨울 설산은 강원도가 제격이다. 겨울철 유독 찬 바람이 부는 강원도. 이중 평창의 발왕산의 정상은 늦겨울까지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상고대는 나뭇가지 등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일반 눈이 아닌, 얼음 결정체로 시시각각 반짝이는 게 흡사 겨울왕국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발왕산은 해발 1485m로 대한민국에서 한라산, 설악산 등에 이어 12번째로 높다. 정상에서 보면 알겠지만, 첩첩산중을 실감케 할 정도로 크고 작은 산이 주위를 둘렀다. 과거 8명의 왕이 태어날 자리가 있다고 해서 팔왕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왕이 날 기운이 있는 곳, 왕이 될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불렸던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4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이야말로 발왕산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상고대를 비롯해 하얀 옷을 입은 붉은 주목 등은 봄과 여름, 가을 산행과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가족과 눈꽃 즐기는 겨울 산행…평창에는 특별한 게 있다
◇모나파크 용평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케이블카. 산 정상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0여분 가량 소요된다. 사진=김세형 기자
발왕산 산행을 위해선 우선 모나파크 용평리조트로 이동해야 한다. 모나파크는 용평리조트의 새로운 이름이다. '스키장 아냐?'라고 생각했다면 맞다. 용평리조트는 지난해 어머니(Mother)와 자연(Nature)의 앞 두글자를 합쳐 모나(MoNa)와 공원이라는 파크(Park)를 합쳐 모나파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용평스키장이 새롭게 나아갈 방향성을 담았다. 스키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채워 넣어 새로운 명소로 재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선언이다.

모나파크 용평리조트에 도착했다면 이제부터 겨울 산행의 시작이다. 겨울 산행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도 없다. 아이젠이 없어도 괜찮다. 혹시 모를 추위를 위해 핫팩, 장갑, 귀마개면 충분하다. 모나파크 용평리조트는 발왕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운영한다. 스키장 하단부에서 케이블카를 타는 곳까지는 걸어서 5~10분이면 충분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0여분 남짓이다. 가족과 함께하기에 이만한 산행이 없다.


가족과 눈꽃 즐기는 겨울 산행…평창에는 특별한 게 있다
◇모나파크 용산리조트 케이블카 속에서 설경을 즐기다 보면 산 정상부에 도착한다. 사진제공=모나파크 용평리조트.
케이블카 속에서 설산을 배경으로 슬로프를 활강하는 스키어을 보며 시간을 보내지만 정상까지는 한참 더 남았을 게다. 이럴 땐 블루투스를 이용해 케이블카 속에서 음악을 들으면 된다. 분위기 있는 공간 연출과 동시에 바람에 흔들리는 케이블카에서 혹시나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달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산 정상이다. 혹시 산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산악인 엄홍길의 이름을 딴 '엄홍-길'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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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 기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모나파크 용평리조트 모습. 스키를 즐기는 모습과 함께 첩첩산중 펼쳐진 설산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사진=김세형 기자

▶'앞마당 산책하듯' 천년숲길과 스카이워크

일반적으로 산 정상에는 봉우리 이름을 딴 비석만 놓여있기 마련이다.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이 비슷한 이유다. 그러나 발왕산의의 정상은 다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행을 했다면, 산책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와 '천년주목숲길'이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스카이워크다. 케이블카에서 하차한 뒤 4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여러 개의 유리문을 통과하면 발왕산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시작된다. 야외에 위치한 스카이워크 특성상 겨울바람은 매섭다. 다만 기분 나쁜 느낌보다는 속세에 찌들었던 묵은 감정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강화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의 양쪽 끝부분에 있는 철철 사이에서 들리는 바람소리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면 천년숲길로 발길을 옮길 시간이다. 발왕산 설경을 큰그림으로 봤다면 이제 그림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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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데크길로 조성된 천년주목숲길(좌측)은 초입부터 상고대가 아름답다. 사진=김세형 기자
모나파크는 지난해 천년주목숲길을 개장했다. 산 정상의 주목 군락지를 발견, 산림청 및 평창군과 협의해 만든 무장에 데크길이다. 주목은 과거 왕의 천년주목숲길은 3.2km이며, 경사도 8% 이하로 만들어졌다. 어린아이와 노약자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겨울이 아니라면 휠체어의 사용도 가능하다. 초입부터 상고대가 아름답다. 조금 걷다 보면 마유목이 나온다. 속이 비어가던 나무에 마가목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렸고, 속이 빈 나무와 마가목은 한 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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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주목숲길의 고해주목.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어 이름 붙여졌다. 사진=김세형 기자
데크길을 벗어나면 평창 평화봉까지 갈 수 있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데크길을 따라가는 게 좋다. 나무를 자르지 않고 데크길을 조성한 만큼 데크길 중간에 만들어진 허리를 숙여 통과해야 하는 겸손한 나무를 만난다. 신달순 용평리조트 대표가 천년주목숲길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들에 하나하나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겨울 산에서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어머니 왕주목, 아버지 왕주목을 비롯해 왕발주목, 고해주목, 8왕눈이주목 등 여러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천년주목숲길 후반부에는 지하수인 발왕수를 즐길 수 있어 갈증을 달래는 데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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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포레의 독일가문비나무숲 전경. 숲길을 지나면 알파카와 토끼, 양 등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모나파크 용평리조트. .
▶동물과 교감 '애니포레' 알파카·토끼 등

겨울 산행을 즐긴 뒤 시간이 남는다면 애니포레를 방문하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동물과 교감이다. 애니포레를 가려면 엄홍-길 입구 옆 매표소에서 알파카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애니포레에서 처음 마주하는 곳은 독일가문비나무 군락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길 양쪽에 솟은 나무가 인상적이다.


가족과 눈꽃 즐기는 겨울 산행…평창에는 특별한 게 있다
◇애니포레에서 만날 수 있는 알파카. 사진제공=지엔씨21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알파카 목장이 나온다. 먹이를 줄 수 있어 가까운 거리에서 알파카와 교감을 할 수 있다. 남미에 있어야 할 녀석들이 어쩌다 한국, 이 먼 곳까지 와서 떨고 있는지 안쓰러워 먹이를 챙겨주다 보면 금세 친구가 된다. 양과 염소, 토끼 등도 있다고 하니 시간만 잘 맞춘다면 가족과 함께 즐기기 딱 좋은 코스다.


평창=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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