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이나 산행을 조금 다녀 본 사람이라면 로망이 있다. '겨울 산행'이다. 흰색의 눈이 만들어 낸 '설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진다. 건강관리는 덤이다. 그러나 겨울산행은 쉽지 않다. 미끄러운 산길을 걷는것은 고난의 행군에 가깝다. 아이젠을 착용하면 조금의 도움은 받을 수 있겠지만 주변 사람을 챙기며 걷다 보면 누군가는 숨이 턱턱 막힐 게 뻔하다. 그렇다고 설경을 포기하기엔 겨울이 길다. 그래서 준비했다.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있는 겨울 산행 팁을 소개한다. 최대한 적은 노력으로 최고의 설경을 볼 수 있는 곳, 평창에는 특별한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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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은 해발 1485m로 대한민국에서 한라산, 설악산 등에 이어 12번째로 높다. 정상에서 보면 알겠지만, 첩첩산중을 실감케 할 정도로 크고 작은 산이 주위를 둘렀다. 과거 8명의 왕이 태어날 자리가 있다고 해서 팔왕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왕이 날 기운이 있는 곳, 왕이 될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불렸던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4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이야말로 발왕산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상고대를 비롯해 하얀 옷을 입은 붉은 주목 등은 봄과 여름, 가을 산행과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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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 산책하듯' 천년숲길과 스카이워크
일반적으로 산 정상에는 봉우리 이름을 딴 비석만 놓여있기 마련이다.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 속 배경이 비슷한 이유다. 그러나 발왕산의의 정상은 다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행을 했다면, 산책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와 '천년주목숲길'이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스카이워크다. 케이블카에서 하차한 뒤 4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여러 개의 유리문을 통과하면 발왕산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시작된다. 야외에 위치한 스카이워크 특성상 겨울바람은 매섭다. 다만 기분 나쁜 느낌보다는 속세에 찌들었던 묵은 감정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강화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의 양쪽 끝부분에 있는 철철 사이에서 들리는 바람소리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면 천년숲길로 발길을 옮길 시간이다. 발왕산 설경을 큰그림으로 봤다면 이제 그림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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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을 즐긴 뒤 시간이 남는다면 애니포레를 방문하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동물과 교감이다. 애니포레를 가려면 엄홍-길 입구 옆 매표소에서 알파카 모노레일을 타면 된다. 애니포레에서 처음 마주하는 곳은 독일가문비나무 군락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길 양쪽에 솟은 나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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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