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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마의 전설이자 산증인이 44년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경마장을 떠났다. 많게는 40살 가까이 차이나는 후배들과 함께하며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김귀배 기수가 그 주인공이다.
김귀배 기수의 나이는 올해로 만 60세, 1962년 12월생으로 환갑이 벌써 지났다. 2000년생인 경마장 막내 김태희 기수와는 무려 38년 차가 난다.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환갑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경마 기수도 낙마 등의 위험과 고된 훈련, 체중관리 의무 등 체력적인 한계로 인해 40대에 은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김귀배 기수는 40대부터 이미 '최고령 기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20년 가까이 경마장을 누볐으며, 한국경마 최초로 정년을 채운 기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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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뚝섬 시절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김귀배 기수는 1989년 과천 경마장 시대가 열린 이후 계속된 슬럼프와 부상을 겪었다. 하지만 그 어떤 역경도 김 기수를 좌절시킬 수는 없었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그는 60세 정년까지 기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결국 엄격한 자기관리와 꾸준함으로 그 목표를 이뤄냈다. 사실 그는 지금도 정년만 아니라면 65세, 70세까지도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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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배 기수는 거의 반세기 동안 기수로 활동하면서 부정의혹 없이 누구보다 성실하게 경마에 임했다. 또한 남들이 꺼려하는 악벽마(길들이기 힘든 나쁜 버릇을 가진 말)를 맡아 직접 훈련시키며 우승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투혼을 발휘해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왔다. 기수로서 마지막 해인 올해는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승률을 올리는 등 '노장투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지난 6월 4일에는 은퇴를 얼마 앞두고 '컴플리트타임'과 찰떡 호흡으로 1400m 경주 우승을 차지해 팬들의 많은 응원 속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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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평생을 말과 함께 해온 만큼 앞으로도 말과 관련된 일을 계속할 거라는 김귀배 기수. "다시 태어나도 기수를 할 건가요?" 라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의외로 "아니오"였다. 그만큼 산전수전을 겪었을 그의 기수 인생이 만만치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그럼 기수 말고 뭘 해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그의 답은 또 다른 반전이었다.
"승마나 한 번 해볼까?" 정말 말밖에 모르는 영원한 현역, 김귀배 기수다운 대답이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