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서비스 확대 및 개발자 영입에 적극 나섰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서비스 수요 감소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비롯해 경기침체 가능성에 따른 선제 대응이다. 이같은 흐름은 세계적 추세다.
30일 IT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인원 감축 및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HP, 알파벳, IBM, 레딧, 트위터, 그랩, 넷플릭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IT기업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차이점은 인력 감축보다는 시설 확대 보류를 비롯해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 정리·통합을 통한 효율성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보다 인력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는 11월 30일부터 문서 작성 서비스(오피스)와 PC 백신 서비스를 종료한다. 사용자 감소에 따른 결정이다.
'네이버TV'는 3분기 중 '네이버 나우'로 통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주문형비디오(VOD) 시청 환경이 스트리밍 위주로 변화하는 추세에 맞게 VOD 플랫폼 '시리즈 온'의 PC 내려받기 소장 상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영화 정보 제공 전용 웹사이트인 '네이버 영화'도 운영을 중단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 지사인 AWS코리아는 지난 5월 권고사직을 단행한 데 이어, 추가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 진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올해 비용 증가 등으로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특히 아마존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 등이 가능성을 높인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삼성전자는 고객사 주문량 감소 대응 차원의 생산량 조절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조원 가량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벤처, 스타트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운영사 VCNC는 지난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모집을 받았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올해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았다.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등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기업의 한국지사를 중심으로 감원 칼바람이 거세지고 있고, 국내 기업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검토를 이미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리인상, 고환율 등 여건이 좋지 않아 경기침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