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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vs JW중외제약 '혈우병 치료제 공방'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3-09-13 07:21 | 최종수정 2023-09-14 11:03


최근 GC녹십자와 JW중외제약의 혈우병 치료제를 둘러싼 공방이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8인자 제제'를 중심으로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주도해온 GC녹십자가 JW중외제약이 국내 판매를 맡은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의 혈전 이상사례 관련 자료를 발표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

두 치료제 모두 혈우병 환자의 85%에 달하는 A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8인자제제는 A형 환자에게 결핍된 혈액응고인자인 8인자에 대한 보충 제제를 투여하는 방식인 반면, 헴리브라는 9·10인자와 결합해 8인자의 혈액응고 작용기전을 모방해 보충하는 방식이다. 헴리브라는 로슈의 자회사 주가이제약이 지난 2017년 선보인 신약이다.

▶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 '핀셋 발표'에 반박, 재반박

먼저 포문을 연 곳은 GC녹십자다. GC녹십자는 지난달 17~19일 미국에서 열린 미국출혈장애학회(Bleeding Disorders Conference, BDC)에서 GC녹십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한국혈우재단 부설의원이 공동 발표한 포스터를 바탕으로 같은달 21일 "'헴리브라'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 '8인자제제'보다 2.8배 높았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미국 FDA 이상사례보고시스템(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 FAERS) 데이타베이스 분석 결과 헴리브라 투여 후 발생한 이상사례 중 혈전 이상사례는 전체 이상 사례의 4.07%를 차지한 반면, 8인자제제는 1.44%에 그쳤다. 즉, 헴리브라의 혈전 이상사례 보고율이 8인자제제보다 2.83배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JW중외제약은 바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각 제품의 출시 시점, 작용기전, 보고 기준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사 약을 직접 언급하며 공식적으로 폄하하면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주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데이터 출처인 FARES는 자발적 이상사례 보고 시스템으로, 전체 약제의 이상사례가 모두 수집되지는 않아 비약적 해석으로 혼란을 야기할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상황(헴리브라 51% vs. 8인자제제 49%)을 감안할 때 해당 포스터를 통해 발표된 8인자제제의 전체 이상사례 수가 헴리브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과, 혈전 이상반응 사례 역시 8인자제제가 많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중대한 이상반응(SAE) 숫자와 비율 모두 8인자제제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반격했다. 아울러 혈우병 환자들은 지혈제 투여시 혈전 이상반응 외에도 출혈성 뇌혈관질환과 같은 중대한 이상반응이 다양하게 발생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같은 JW중외제약의 반박에 대해 GC녹십자는 "이번 연구 발표가 특정회사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폄하하고자 함이 아니다"라면서, "해당 분야에서 비교 연구가 흔하고, 이번 연구 역시 지난 3월 유럽에서 발표된 약물안전성 연구에 대한 확인 및 검증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해당 연구에 포함된 21개의 8인자제제에서 미국 FDA 승인을 받지 않은 GC녹십자 치료제는 빠져있어 객관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영국 혈우병센터의사협회(UKHCDO) 연간보고서를 바탕으로 환자 수를 추정해 계산하면 두 약물 간에 중대한 이상반응 차이는 미미하고, 이중 사망비율은 여전히 헴리브라에서 더 많이 발생(4.86% vs 3.76%)한다고 주장했다.

▶ 발표 시기도 논란…"선 넘었다" 반응도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GC녹십자의 발표가 사실상 헴리브라에 대한 '저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상당히 '이례적'이며,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약의 기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속성 뿐 아니라 이상사례도 다르게 나타나는데, 같은 잣대로 비교한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녹십자의 이번 발표가 헴리브라의 시장 점유율 확대 시점에 나왔다는 점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헴리브라는 지난 5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항체 환자 뿐 아니라 '만 1세 이상의 비항체 중증 A형 환자'까지 급여가 확대됐다. 헴리브라는 피하주사 형태로 최대 4주에 1회 투약이 가능하다. 통상 주 2~3회 정맥주사로 투약해야하는 기존 치료제 보다 편의성을 높여 특히 소아 환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2억원이었던 국내 매출액이 지난 2분기에는 44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매달 20억원 선의 매출을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상인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매출은 205~3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혈우병 환자 60~70%의 치료를 맡고 있는 한국혈우재단의 의약심의위원회에서 헴리브라 처방 심의 중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혈우재단 관계자는 "현재 제약사 측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서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속성이 다른 치료제인 만큼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초부터 헴리브라 처방이 가능한 병원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 허영섭 GC녹십자 회장이 혈우재단을 설립하고 수십년간 꾸준히 후원하는 등 GC녹십자에서 혈우병 환자들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크지만, 이번 발표의 경우 자사 제품의 경쟁력 강조보다 '타사 제품 흠집내기'로 비쳐지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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