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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기업 실적 전망 하향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해 깊은 부진에서 회복하는 듯했던 코스피가 이미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지만, 관세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경우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관세 우려 대부분이 선반영된 만큼 향후 협상 여지와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인 3일 전장 대비 0.76% 내린 2,486.70으로 마감했다.
오후 들어 하락폭을 크게 줄인 결과지만, 개장과 함께 2.73% 내린 2,437.43을 기록하는 등 장중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19일 11.34%에 달했던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이날로 3.63%까지 급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외국인은 1조4천억원 가까운 순매도세로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날 순매도 규모는 올해 들어 네 번째로 큰 수준이다.
증권가는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칠 경우 코스피의 부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관세는 기존에 시장이 상정했던 베이스 또는 안도 시나리오였던 0~10% 관세 부과를 크게 상회한 것이자, 각 연구기관의 워스트 시나리오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관세가 아직 발효도 되지 않은 만큼, 실제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2027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천125조원 감소하고, 그중에서도 미국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일본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기업들의 재고 소진 과정이 예상되고 생산과 투자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실적 하향도 불가피하다"며 "3분기 초중반까지는 경기 침체에 준하는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요국이 관세 수용이나 보복관세 부과 또는 협상 등 어떤 선택을 하든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증시는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둔화 우려 등으로 원화가 달러지수 하락에 동조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는 점도 부담이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분쟁 때도 비(非)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며 "한국은 원화 강세 발판을 마련하기 전에는 외국인의 순매수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단기 급락과 별개로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고 증시가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관세 발표 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언급대로 향후 협상에 따라 관세율은 하향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예상보다 높지만, 기존의 20%에 추가 34%로 총 54%를 적용받는 중국이나 32%로 결정된 대만 등도 있다.
우리나라 주력 상품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불행 중 다행이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최악은 아니고 차악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감세 정책 이후 관세 인상으로 경기가 둔화한 결과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따라 관세전쟁의 강도가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인상을 선제적으로 단행한 뒤 감세 카드를 아껴뒀다"며 "이는 향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 스탠스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관세 우려를 선반영해 하락한 상태인 만큼, 이번 관세 부과보다는 오히려 오는 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독일 증시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강한 재정정책을 통해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강세를 보였다"며 "5월 이후 한국 증시도 독일 증시와 유사한 반등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불확실성 해소만 된다면 코스피 2,700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josh@yna.co.kr
[https://youtu.be/sstO9yMugB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