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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탄소가 풍부한 탄소질 소행성(carbonaceous asteroids)은 우주에 풍부하지만 지구에서 발견되는 운석에서는 5% 미만을 차지한다. 프랑스와 호주 공동 연구팀이 우주과학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이런 차이의 원인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탄소질 운석은 지구 생명체의 기원과 관련된 핵심 성분인 물과 유기 분자를 포함하고 있어 특히 중요하다며 이 발견은 생명체 시작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행성과 운석에 관한 모델은 지구와 충돌하는 모든 운석의 절반 이상이 탄소질일 것으로 예측한다. 소행성대와 지구 근처 우주에 탄소질 소행성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구에서 발견되는 운석 중 탄소질 운석은 5%도 안 된다.
파리천문대 쇼버 박사는 "탄소질 운석은 물, 유기 분자, 아미노산까지 포함하고 있어 화학적으로 가장 원시적인 물질 중 하나지만 그 수가 너무 적다"며 "이 때문에 실제 우주에 무엇이 있는지, 생명 구성 요소가 지구에 어떻게 도착했는지에 대해 불완전한 그림을 그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전 세계 19개 화구(fireball : 대형 유성) 관측 네트워크가 관측한 7천982건의 운석 충돌과 540건의 잠재적 운석 낙하를 분석, 소행성이 태양 주변과 대기권에서 부서지고 운석이 돼 떨어지는 과정을 조사했다.
호주 커틴대 드빌프와 박사는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약한 탄소질 운석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유지되지 못하고 부서지며 불탄다고 의심해 왔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지구 대기의 필터링 효과와 소행성이 태양 주변을 지날 때 반복적으로 받는 강한 열 스트레스로 인해 탄소가 풍부한 운석이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파괴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에 주기적으로 접근하는 소행성은 태양의 강한 열로 인해 내부적으로 약해지고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기도 전에 많이 부서지거나 사라지기 때문에 실제 지구에서 관측되는 유성과 낙하 운석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커틴대 드빌프와 박사는 "운석 중 상당수는 태양 근처를 지나면서 반복적으로 열을 받아 부서지기 때문에 태양까지 가지도 못한다"며 "우주에서 살아남은 것들은 지구 대기권도 통과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쇼버 박사는 "운석 중 무엇이 걸러지고 왜 걸러졌는지 이해하는 게 태양계 역사와 생명체 출현 가능 조건을 재구성하는 데 핵심"이라며 "이 발견이 향후 소행성 탐사, 충돌 위험 평가, 지구 생명체 시작 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Astronomy, Hadrien Devillepoix et al., 'Perihelion history and atmospheric survival as primary drivers of the Earth's meteorite record',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5-02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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