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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입양 가서 희소병인 심각한 불면증을 겪고 있는 마티유 성탄 푸코(38, 한국이름 장성탄) 씨의 부인이 한국당국에 항의해 15일간 단식을 벌였다.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배진시 대표는 16일 "장성탄 씨의 부인 로리안 시몬(41)씨가 아직도 장 씨의 친생부모 유전자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해 지난 3월 27일부터 4월10일까지 15일간 단식을 벌였다"고 밝혔다.
장 씨는 1986년 12월 한국 이리시(현 익산시)에서 태어나 4개월 만인 1987년 4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됐다.
현재 장 씨는 잠을 못 자는 희소 질환을 앓고 있는데,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정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친부모의 유전자 정보가 필요한 상태다.
장 씨는 지난해 8월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NCRC)에 친부모의 인적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야 장 씨가 친생부모를 통해 유전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특례법 36조에 따라 친생 부모의 동의 없이 인적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은 장 씨의 친생 어머니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의 선진국은 친생부모의 비밀 지키기 보다는 입양아동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친생부모의 인적 정보(연락처, 주소 등)를 공개하는 추세라고 몽테뉴해외입양연대는 밝혔다.
장 씨의 친생 부모가 홀트아동복지회에 남긴 기록에 따르면 친생부모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 씨를 낳았다고 한다. 그때 친생모는 20대 초반의 미용사였고, 친생부는 20대 후반의 무직이라고 기록돼 있다. 당시 친생모가 임신 사실을 알리자 친생부는 당황해서 사라졌다고 한다.
장 씨는 아내 로리안 씨, 3세의 딸, 1세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질병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 단식투쟁을 했다고 하는데.
▲ 나는 3월 27일부터 4월 10일까지 15일간 단식을 했다. 이는 내 건강을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동시에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남편의 질병 가족력에 대한 의료 정보를 얻기 위해 그의 입양 기록에 대한 비밀을 해제하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나의 결단이었다.
-- 단식은 어디에서 했나.
▲ 이 단식 기간에 저는 평소처럼 집에서 생활했고, 에너지도 있었다.
-- 단식을 왜 멈췄나.
▲ 어느 시점에서는 현명하게 중단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단식을 멈췄다.
-- 자녀들은 엄마가 단식하는 것을 알았나.
▲ 우리 아이들은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나는 그들이 아이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여전히 함께 놀고 활동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시간을 보내도록 해서 일상의 기쁨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 아이들은 아빠가 아프다는 것을 아는가.
▲ 큰 아이인 딸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쁨 속에서 아이로서의 삶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현재 남편은 어떤 상태인가.
▲ 남편은 심각한 불면증과 신경기능 이상 증상을 동반한 매우 중증의 우울성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상태다. 유전 검사를 통해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FI)은 배제됐지만 남편의 건강 상태는 여전히 복잡하다. 약을 먹고 있는데도 어떤 날은 잠을 자고, 어떤 날은 전혀 잠들지 못한다. 낮에도 종종 눈을 감고 있다. 이는 수면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편해지기 위한 것이다. 남편은 지쳐 누워 있지만 정작 본인은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 여전히 남편 친부모의 유전자 정보가 필요한가.
▲ 우리는 여전히 남편의 생물학적 부모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의 가족 중 누군가가 같은 증상을 겪은 적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NCRC)은 도움을 주고 있나.
▲ NCRC는 생모가 말을 꺼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과 조치에 대해 꾸준히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한국에서 친생부모의 인적정보를 알아내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계속 이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남편 마티유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가족력에 대한 의료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남편의 생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저는 남편의 생모에게 꼭 전하고 싶다. 부디 건강하시길 바란다. 나는 그분이 걱정된다. 그분의 침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마티유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 침묵에서 나와주셨으면 좋겠다.
--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 한국 정부가 40년 전 대규모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수익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냈던 일에 대해 책임지길 바란다. 그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결과들을 인정하고, 해외입양인의 입양기록에 대한 비밀을 해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지금 중요한 것은 남편과 우리 가족을 돌보는 일이다. 그리고 남편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 편집자 주= 아래 내용은 지난달 중순 장성탄 씨의 부인 로리안 시몬 씨가 연합뉴스에 보내온 편지를 요약한 것입니다.]
저의 남편 장성탄은 1987년 4월에 프랑스로 입양됐습니다. 남편은 최대 21일 연속 잠을 자지 못하는 극단적인 불면증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남편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의식을 잃은 듯한 상태(코마 상태)를 보입니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환각(후각 및 청각적 환각), 망상 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겪고 있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합니다. 이 고통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실상을 믿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남편은 생물학적 부모의 유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병이 유전적 원인인지 더 정확히 조사할 수 있습니다. 가족력 여부를 확인하고, 보다 신속하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해당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임상 시험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우리는 단순한 삶을 꿈꿨습니다. 자연 속의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예술, 음악, 스포츠를 즐기며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꿈은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남편은 저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