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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美 관세로 어두운 터널…밝아질 때 기다리려 동결"(종합)

기사입력 2025-04-17 13:00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4.1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4.1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2025.4.1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성장 전망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인하 열어둬"

"과도한 경기 부양은 부작용 초래…추경 12조, 성장률 0.1%p 높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미국발 관세 충격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과 관련,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화정책의)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며 "미국 관세 정책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에 따라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물가와 성장 등을 봤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정책 불확실성, 금융안정, 자본 유출입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신성환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해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신 위원이 물가와 성장만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환율, 가계부채 등 우려할 만한 부분이 남아있어 이번에는 0.25%p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다음 달 발표하게 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1.5%를 대폭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예고한 셈이다.

그는 "1분기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지 몰랐고, 정치 불확실성이 오래 갈지도 몰랐다"며 "미국 관세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망치가)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관련, "1분기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확실성 해소가 지체되면서 내수 경기가 매우 부진했다"며 "당분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많이 해소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경제 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요약했다.

이어 "금통위원들은 우리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므로 전망 수정치와 금융시장 상황,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과 관련, "과도하게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1년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 부양책을 통해 성장을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그 정도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기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음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조기 대선 직전인 점을 언급하면서 "가급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관련, "추경을 12조원 규모로 집행하면 0.1%포인트(p) 정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정부지출승수를 0.4∼0.5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출을 1원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이 1.04∼1.05원 늘어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제가 추경을 얼마나 하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재정적자로 연결되지 않도록 일시적 지출로 한정해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경제 모델로 따져보면 펀더멘털보다는 더 절하된 상황"이라며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정치 불확실성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경제 모델들이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될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수용할지 보복할지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세 정책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에 따라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지, 달러인덱스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치 불확실성이 어떻게 해소될지에 따른 영향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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