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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기금형' 가입제한 폐지法 추진…퇴직연금 시장 지각변동 예고

기사입력 2025-04-21 07:51

근로복지공단
민주당 박민규 의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대표발의…'푸른씨앗' 문호 활짝?

400조 넘는 '계약형', 쥐꼬리 수익률·눈덩이 수수료…개정안, 가입자 혜택 기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퇴직연금 시장이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라는 고질병을 앓는 가운데 전문 운용기관이 가입자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가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법안이 추진돼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가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잠자는 연금'을 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수익률은 '쥐꼬리'인데 수수료는 '꼬박꼬박'…계약형 퇴직연금의 그늘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400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국민 노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률이다.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저조한 수익률 늪에 빠져 실질적인 노후 자산 증식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금융기관들은 수익률과 무관하게 적립금 규모에 따라 꼬박꼬박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떼어가 가입자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현재 시장의 주류인 '계약형' 시스템에 있다.

계약형은 개별 가입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운용을 지시해야 하는데, 전문 지식이 부족한 대다수 가입자에게 이는 높은 장벽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알아서 굴려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방치되거나,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로 운용돼 낮은 수익률을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 대안으로 떠오른 '기금형'…안정적 수익률 입증한 '푸른씨앗'

이런 계약형의 단점을 보완하고 가입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금형은 가입자 자산을 한데 모아 기금을 조성하고, 전문성을 갖춘 기관(수탁법인)이 자산운용위원회를 통해 운용 전략을 수립·집행하는 방식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전문가가 책임지고 체계적으로 운용해 더 나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유일한 기금형 퇴직연금 모델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이다.

2022년 출범한 푸른씨앗은 국민연금 기금이 -8.28%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도 2.45%의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으며 2023년 6.97%, 2024년 6.52%의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기금형 운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누구나 가입' 길 연다…국회서 '가입 제한 폐지' 법안 발의

하지만 푸른씨앗은 현재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이런 가입 제한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기금형 퇴직연금을 원하는 모든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이 푸른씨앗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가입 문턱을 없애 더 많은 국민이 기금형 제도의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취지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해당 법안 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수료 감면이나 정부 재정지원(매칭펀드 등) 혜택은 기존처럼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나 취약계층에 한정해서 유지·집중될 예정이다.

◇ 가입자에게 돌아올 혜택은…'수익률↑·수수료↓' 경쟁 촉발

기금형 퇴직연금 가입 대상 전면 확대는 가입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더는 개인이 복잡한 금융 상품을 공부하고 선택해야 하는 부담 없이, 전문가 집단에 의한 체계적인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푸른씨앗 사례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개선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실질적인 노후 자산 증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로 운용 효율성이 좋아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익률에 연동하는 성과보수 체계 등 합리적인 수수료 모델 도입 논의도 활발해질 수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푸른씨앗의 등장은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들에게 자극제가 될 게 확실하다. 이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경쟁은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서비스 질 향상과 가입자 혜택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h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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