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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 그런 비가 오면 무척 반갑습니다. '단비께서 오고 계십니다' 합니다. 웃자고 쓰는 화법입니다. 문법에 어긋나지요. 주체 높임 - 여기서 주체는 '단비' - 의 오류입니다. 비는 높임 대상이 안 되지요. 그 주체는 '있음' 대상일 뿐입니다. '단비가 오고 있습니다' 해야 맞겠지요.
① 선생님께서는 자동차가 있으십니다.(O)
② 선생님께서는 자동차가 계십니다.(X)
③ 할아버지, 손자가 있으십니까?(O)
④ 할아버지, 손자가 계십니까?(X)
⑤ 선생님께서는 지금 교실에 계십니다.(O)
⑥ 선생님께서는 지금 교실에 있으십니다.(X)
이들 문장을 뜯어봅니다. 규칙 한 가지가 보입니다. 주체 높임에는 [계시다]를, 간접 높임에는 [있으시다]를 쓴다는 거지요. 선생님과 할아버지는 주체입니다. 자동차, 손자는 간접 높임 대상이고요. 즉, 자동차와 손자는 '높여야 할 사람의 소유물이나 그 사람과 관계가 있는 인물'입니다.
'아프시다'와 '편찮으시다'도 헷갈립니다. 높여야 할 사람이 주어로 등장하면 '할아버지께서 매우 편찮으십니다'처럼 '편찮으시다'를 씁니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에게 물을 땐 '선생님, 어느 팔이 아프신 거예요?' 하지, '선생님, 어느 팔이 편찮으신 거예요?'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2023년 8월 국립국어원에 들어온 한 문의와 답변 내용을 옮겨봅니다. [몸의 일부는 '아프시다', 몸은 '편찮으시다'라고 사용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몸이 편찮으시다'와 '할머니께서 몸이 아프시다' 중 어떤 말이 맞는지, 차이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하는 물음에 국립국어원은 답합니다. ['몸'에 대해서는 '편찮으시다'를 쓰고, '몸의 일부'에 대해서는 아픈 것이 병을 앓는 차원인 경우에는 '편찮으시다'를, 통증을 느끼는 차원인 경우에는 '아프시다'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말은 높임말이 다양합니다. 약이 되도록 잘 써야겠습니다.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자연스럽냐 아니냐를 공손하게 살펴보자고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p.217. (있으시다/계시다, 아프시다/편찮으시다 해설 인용)
2.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편찮으시다'와 '아프시다'의 차이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78892&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