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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사실상 금지하는 지침을 일선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관은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삭제하라는 분명한 지침만 받았다"고 말했다.
교황이 선종한 지난 21일 이스라엘의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는 "평안히 잠드소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그분의 기억이 축복으로 남기를"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으나 몇시간 뒤 삭제됐다.
같은 날 헤르조그 대통령은 X에 "기독교 공동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글을 올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무런 애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생전 교황은 가자지구 폭격에 대해 '잔학행위'라고 부르는 등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 왔다.
교황은 지난 20일 생전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도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면서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인질을 석방해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는 굶주린 이를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스라엘 현지에선 교황 선종에 대한 정부의 침묵에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 의원인 길라드 카리브는 예루살렘 로마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의회가 공식 애도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나는 이스라엘의 국민 대다수를 대표해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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