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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 난민 교육·에너지 등 분야에 기여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마마두 쟌 발데 유엔난민기구(UNHCR) 동아프리카지역 본부장은 24일 한국이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발데 본부장은 이날 서울시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열린 '아프리카 강제실향(난민) 해법 국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아프리카 난민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도덕적 영향력도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도적 지원과 장기적 개발을 연결하는 역할을 확장할 수 있고 이는 강제실향 상황이 장기화한 아프리카와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난민이 더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지속 가능하고 통합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의 혁신과 기술은 난민들이 처한 환경에서 교육, 에너지, 연결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디지털 교육과 관련한 한국과 아프리카 기관들의 파트너십은 전체 아프리카 강제 실향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실향민들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선진 정보통신기술(ICT)이 아프리카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5년 넘게 UNHCR에서 근무한 발데 본부장은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2006년∼2009년 일한 바 있다.
아울러 발데 본부장은 남수단, 니제르, 모리타니 등 재정난을 겪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제공하는 기여금의 증가는 유엔난민기구가 현장에 머물며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지원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1992년 난민지위에관한유엔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했다. 2012년에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발데 본부장은 수단 등 아프리카에서 난민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제 실향민의 수는 점점 증가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줄어들고 있다. 수단 상황을 위한 난민 대응으로 계획한 재정은 10%만 충당됐다"며 "지금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급기야 '강제실향 세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 15일 내전 발발 2년을 맞은 수단은 난민 등 인도적 위기가 심각한 국가다. 그는 2023년 6월부터 수단 상황의 지역 난민 조정관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발데 본부장은 "수단 사람 3명 중 1명이 강제 실향민"이라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 1천300만명의 사람이 강제로 집을 떠나야 했다. 이 중 860만명은 수단 내에서 국내실향민으로 지내고 380만명은 난민 혹은 본국으로 다시 돌아간 난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단 상황의 심각성과 규모에 비해 우리는 수단에 대한 뉴스를 매일 보지는 못한다. 세계의 관심은 선택적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수단 내전의 참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등 다른 지역 분쟁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잊힌 전쟁'이 된 상황을 꼬집은 말이다.
그는 특히 자신이 수단과 남수단의 국경에서 만난 젊은 난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여성은 "저는 비록 난민이지만, 저는 여전히 의사예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여성의 이 한마디가 자신이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를 담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면서 "난민이기 전에 이분의 정체성과 능력을 알려주며, 이를 '난민'이라는 단어로 가둬둘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난민은 단순히 숫자로만 이해돼서는 안 된다. 난민이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한다"며 "난민들이 힘과 존엄,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oj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