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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최초의 세단형 전기차 EV4를 시승했다. 기아 EV4는 대중형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 중반 가격과 준중형급세단형 차체가 장점이다.
EV4의 시승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소형 SUV인 기아 EV3가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같은 해 등장한 전세계 신차 중 판매 대수 등 각종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지역별 올해의 차와 달리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그만큼 EV3의 높은 완성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EV3를 언급한 이유는 EV4가 배터리부터 옵션, 가격 구성 등 상당히 유사한 스펙을 가지고 있어서다. EV3시승도 상당히 만족했었던 만큼 EV4에 대한 기대감과 EV3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했을지 궁금증을 안고 시승에 나섰다.
시승차는'어스 롱레인지' 풀옵션이다. EV4는 스탠다드 레인지와 롱레인지 두 가지 배터리 구성을 갖추고 있다. 스탠다드는 58.3kwh 배터리를 장착해 17인치 휠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382km를 인증받았다.
롱레인지는 81.4kWh 배터리를 장착해 17인치 휠 기준 주행 가능 거리 533km를 인증받았다. 모터와 배터리 스펙이 EV3와 정확히 똑같은데 주행 가능 거리는 롱레인지 기준 32km가 더 나왔다. 아무래도 공기역학이 좋은 세단이라 효율이 향상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승차의 색상은 스노우 화이트 펄로 가장 무난한 인기 색상이다. 화이트 차량의 모습은 쉽게 상상이되기 때문에 거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색상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다.
전면 디자인은 먼저 등장한 기아 K8을 닮았다. 세단에서 보기 힘든 수직형 램프로 측면부의 색다른 비율과 함께 기존 세단과는 다른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준다.
측면 비율은 더욱 남다르다. 길에서 흔히 보기 쉬운 아반떼와 비교를 하면 이해가 쉽다. 전장은 4730mm로 현대 아반떼와 20mm 차이로가장 유사하다. 전기차답게 하부 배터리팩 적용으로 전고는 60mm 높은 1480mm다.
휠베이스 또한 전기차설계 자유도의 영향으로 아반떼 대비 100mm긴 2820mm에 달한다. 공기저항 계수를 낮추기 위해 롱테일 디자인을 적용했다.엔진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을 활용해보닛 부분은 짧게 설계했다.
테일 부분은 길게 늘려옆에서 보면 일반적인 세단의 3박스 형태가 아닌, 크게 호를 그린 형태로 마무리된다. 이로 인해 기아 라인업 중 가장 공기저항 계수가 낮다. 0.229cd를 달성했다.후면부는 전면부보다 개성이 더 강하다.
헤드램프처럼 수직형 라이트를 좌우 끝에 적용했다. 전면부타이거 페이스 장식이 없다 보니 넓은 후면이살짝비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실제로 달리면서 EV4의 뒷면을 주행 중 지켜보니 루프에 적용된 독특한 스포일러와 함께 미래 이미지가 물씬 느껴졌다. 그만큼 현재 차량과 후면디자인 비율이 다르다는 것이다.
롱테일 디자인과 후면의 색다른 비율로 인해 외관에서는 EV3와 차별화가 진행되었다면 인테리어는EV3와 꽤 닮아 있다. 세부적인 버튼 배치나 재질에 차이를 두었지만 전체적인 레이아웃에서 EV3의 향기가 짙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V3의 인테리어 구성이 호평이라장점이 될 수 있다. 스티어링 휠도 동일하다. 원형이 아닌 위아래가 눌린 다각형 형태이다. 계기판을 보기에 유리하고 그립감도 좋아 만족도가 높다.
EV3와 차이점은 시트 포지션이다. EV3가 SUV답게 높게 앉는 자세라면 EV4는 한층 시트 포지션이 내려온다. 내연차량의 준중형, 중형 세단만큼은 아니지만 EV3와 비교 시 그렇다. 하부 배터리 적용으로 인해 바닥은 내연차량보다 높아졌다..
대신시트 포지션은 낮아져 체형에 따라 자세를잡는데 애를 먹을 수도 있겠다. 헤드룸 또한 현대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에서 느껴진 대로 넉넉하지 못하다. 1열 기준으로는 준수한 수준이나 2열의 경우 앉은키가 큰 성인은 불편할 수 있다.
대신 1,2열 모두 레그룸은 넉넉하다. 특히 2열은 전기차답게 바닥이 평평하다. 레그룸 또한 내연 중형 세단 못지 않은 공간을 갖고 있다. 2열 레그룸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는 만족도가 높겠다. EV3의 2열 레그룸도 좁은 편은 아니지만, 두 차종을 비교시에는 EV4의 공간이 장점이다.
트렁크 공간 또한 롱테일 외관 스타일에서 느껴지듯 생각보다 깊고 넓다. 하지만 트렁크 개구부가 좁은 것이 단점이다. 트렁크의 턱 자체가 높고 윗부분의 열림 정도도 작아 공간은 넓지만 부피가 큰 짐을 싣을 땐 불편할 수 있겠다.
부피가 큰 짐을 자주 싣거나차박 또는차크닉용도라면 EV3 쪽이 유리하다. 좀 더 과감하게 유리까지 열리는 리프트백을 적용했더라면 EV4의 경쟁력이 한층 살아났을 법한데 아쉬운 대목이다.
EV9과 EV3에 선적용된 컬럼식 기어에 달린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시승에 나섰다. 최신 전기차답게 초반 가속이 미끄러지듯 부드럽다. 액셀에 살짝만 힘을 주어도 풍부한 힘이 느껴지며 편안한 가속감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작은 차는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했던 내연차량 시절의 단점이 없어지는 부분이다. 고속도로와 퇴촌의 굽이진 도로를 연달아 시승했다. 150kW와 283Nm의 힘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는 전륜에 장착되어 EV4를 이끈다.
전기차 치고 높은 출력과 토크는 아니지만 1800kg 중량이라 부족함 없는 가속 능력을 보여준다. 사실 일반적인 국내 도로환경에서 더 이상의 힘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충분한 가속감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5가지다. 에코, 노멀, 스포츠, 마이 드라이브, 스노우 이렇게 선택할 수 있다. 의외로 에코로 운행 시 액셀 반응이 상대적으로 무딘데 더 편하다고 느낀다. 내연차량의 감각과 가장 유사해서다. 처음 전기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에코에서도 충분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노멀은 액셀 반응이 좀 더 민감해지고 스포츠 모드는 오른발의 힘을 잘 컨트롤하지 않으면 부담스럽게 작동한다. 하지만 액셀 반응과 달리 스포츠 모드로 선택해도 가속 자체는 거의 유사하다. 에코나 노멀 사용빈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어링휠의 감도는 에코, 노멀과 큰 차이가 없다.
EV4의 가장 큰 장점은 맨홀과 방지턱을 지날 때다. 승차감이 탁월하다. 시승차는 19인치의 큰 사이즈를 옵션으로 장착했는데도 승차감에 나긋나긋했다. 방지턱 또한 신경질적인 반응 없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며 지나갔다.
EV3와 같은 주파수 감응형 댐퍼와 전륜에 적용된 하이드로 부싱이 이런 탁월한 승차감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전자식 댐퍼도 적용되어 있지 않고, 4계절용 타이어에 차체 대비 큰 19인치 휠을 달았음에도승차감은 준대형 세단이 부럽지 않았다.
EV3도 승차감에서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는데, EV4가 최저지상고가 더 낮은 세단형 모델인 만큼 미세하나마 더 좋게 느껴졌다. 물론 느낌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EV4의 최대 장점으로 승차감을 꼽을 수 있겠다.
회생제동 모드는 0~3단계다. 왼쪽 패들을 길게 당기면 아이페달 모드로, 오른쪽 패들을 길게 당기면 오토 회생제동 모드로 진입한다. 회생제동 0단계는 내연차량의 타력 주행 느낌이다.전기차를 처음 탄다면 0단계를 추천한다.
1~2단계는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보이고, 3단계는 아이페달 모드 처럼 감속량이 높아 자칫 동승자가 멀미를 할 수도 있다. 혼자 탄다면 아이페달도 편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강한 감속에 동승자는 멀미를 할 수 있다. 동승자가 있다면 사용을 추천하지 않는다.
시승을 통해 느낀EV4의 두 번째 장점은 전비다. 이미 1회 충전 주행거리 인증치를 통해 높은 효율을 예고했다.테스트를 위한 가혹한 주행이었음에도 2시간의 시승을 마치고 찍힌 전비는 7.1km/kWh였다.
효율을 목표로 운전한다면 더 높은 전비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를 같이 진행한 기자들 중우수 전비를 기록한 기자는 8.4km/kWh를 기록했다.
시승을 마치고 EV4의 포지션은 같은 가격대에 위치한 EV3와 비교할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운행이 많아 승차감과 전비가 중요하다면 3000만~4000만원대 가격대에서 최고의 전기차가 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키나 체형에 따라 시트 포지션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승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마저도 어렵다면 전시차엔 꼭 앉아볼 것을 추천한다. 차박이나 차크닉을 원한다면 EV3를, 더 긴 주행거리에승차감과넉넉한 2열 레그룸을 원한다면 EV4는 좋은 택이 될 수 있다.
한 줄 평
장 점 : 상급 차량에 버금가는 뛰어난 승차감..최고의 효율, 600km이상도가능하다
단 점 : 바닥은 높고 루프는 낮아 시트 포지션이어렵다..좁은 트렁크 입구는 꼭 개선해야
송문철 에디터 mc.song@carguy.kr